일상 이야기

[스크랩] 걱정된다

초의거사 2013. 3. 22. 12:12

 

 

 

 설 연휴 마지막 날 오후

번잡하고 수다스럽던 그동안의 일정에서 벗어난

집안은 차라리 적막하기 까지 하다

애들도 다 저희들 생활 찾아 가고

두 내외만 딩굴 딩굴

하나는 쇼파위에 하나는 바닥에

리모콘 사이좋게 주고 받으며

가끔은 기지개 켜며 가끔은 허리 두드리며

차례 음식 머리맡에 두고

가끔은 군것질 하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불현듯 인터넷을 통해 영화티켓을 예매한다

마침 가까운 곳 독산동에 개봉관이 있어

예매와 동시에 대충 단장하고 집을 나선다

예매 확인서를 내밀고 티켓을 발부 받아

상영관 안으로 들어 갔는데

거기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 한다

분명 티켓에는

상영관 : 6층 3관 4회

좌석 : 6열 03, 6열 04.로

표기 되어 있는데

내자리를 찾아가니 벌써 다른 사람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좌석표 확인을 요청하니 얼른 표를 확인을 하며

자기 자리가 맞단다. 우리와 거의 같은 년배의 커플이다.

눈을 비비며 내 표를 다시 확인해 봐도

분명 위의 내용 그대로다

예의 그 내외가

표 발급이 잘못 되었나 보니 그냥 앞자리 앉으시란다

영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앞자리에 앉아 상영을 기다리는데

막 영화가 시작 될 즈음

젊은 커플이 다짜고짜 들이댄다

다시 표 확인을 요청했지만 자기 자리가 맞단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표에는 열 표시가

A,B,C,D,E,F,G, --- 로 되어 있는데

내 표만 아리비아 숫자로 6열로 되어있다

화가 머리 아래까지 오른다

밖으로 뛰어나가 안내원에게 표를 흔들어 들이대며

화 부터 냈다

안내원이 표를 보더니만

내 얼굴을 빤히- 아니 아래위로 훑어 보며

"뭐가 잘못 되었나요? G열 03,04. 번인데--"

순간 나는 둔기로 뒤퉁수를 가격 당한것 같은

머리 속에서 띵 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랜 시간 방치해 밧데리가 방전된 후래시 불빛처럼

 희미해진 이놈의 눈은

세월의 무개를 견디지 못하고 잔뜩 짖눌려

감각이 마비된 이놈의 머리는

어두컴컴한 극장의 조명아래에서

도무지 무용지물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표에 열표시가 알파벳으로 되어있으면

얼른 생각을 바꾸고 다시 봤다면

알아 봤을텐데

그놈의 정지된 사고는 끝까지

저놈의 G가 6으로 보인거다

 

영화는 포복 절도할 오락 영화인데

체면, 자존심, 확 구긴 상태에서 보고 있노라니

얼굴은 웃었으나 마음으로는 웃는게 아니었다

아이구야 !

벌써 이러니 앞날이 한심 스럽다

희미해진 눈이 문제가 아니라

융통성이 정지된 그놈의 사고방식이 문제다

사사 건건 세상과 부디칠

그래서 위와 같은 닫힌 마음으로 대처할 것이 뻔한

노년의 생활이 걱정된다

 

웃어도 웃는게 아니다

ㅠㅠㅠㅠ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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