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011,나의 추석
2011,추석
나의 추석 맞이 마음은 여느때의 그것 처럼 차례 모시고 병환 중이신 숙모님 찾아뵙고
애들 모이면 외손녀 재롱속에 나름대로 하루를 즐거운 시간으로 보내려 마음 먹고
이 나이에도 약간은 들뜬 기분으로 준비 하고 있었다
음력 8월 14일 오전만 해도 ---
그러나 12시 조금지나 걸려온 전화 한통이 이번 추석을 겪어보지 못한 우울한 추석으로
만들어 버렸다
소중한 나의 가족 이었던 한 사람이 세상을 버렸단다.
무거운 지병으로 1년여 투병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나 갑작스럽다
추석 당일 서둘러 차례를 모시고 고향에서 올라오시는 어른들을 남부터미널에서 모시고
지독히도 막히는 서울시내의 도로를 뚫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같이 울며 애닲어 했다
사지가 꽁꽁 묶여지는 모습을 내내 지켜 보며 무념 무상이었다
마지막 얼굴이 공개 될때야 반백으로 변해버린 머리칼을 보며
"저 사람이 언제 저렇게 머리가 백발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했을뿐 ---
관이 들어오고 관속으로 들어가고 꽝,꽝,꽝. 못이 박히도록 아무 생각이 없다.
다음날 오후 약 보름 전 부터 공연 약속이 되어있는 어른들을 모신 시설을 방문했다
내 마음이야 엉망이지만 내색은 안될 말이다.
애써 표정을 담추고 다른때 보다 더 열정적으로 꽹가리를 두드렸다
막걸리도 많이 마셨다. 우리 소리에 흥을 얻으신 어른들이 함께 덩실 덩실 춤을 추며 돌때
내 마음이 어느덧 같이 동화 되는듯 싶었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 덕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애들처럼 즐거워 하시는 어른들과 늦게 까지 어울렸다
집에 오는 길
버스를 타니 딱 나 혼자다 (그곳이 버스 종점이다)
몸도 마음도 온통 파김치다
어깨에 둘러멨던 배낭을 앞자리에 올려 놓고 바로 뒷 자리에 앉았다
한 정거장이 지나 차가 섰는데 딱 한사람이 탄다
어지간히 취한 모습이다
딱 내가 가방을 놓은 자리앞에 서더니 "이거 당신 짐이오. 내가 지금 여기 앉을 려고 하는데 --"
"아니 아저씨 차가 텅 비어 빈자리가 많은데 하필 왜 여긴가요"
"내 맘여 이 양반아 내가 여기 앉고 싶다는데 당신 허가가 필요 해"
연령은 나보다 적거나 비슷하게 보이는데 영 말솜씨가 싹아지가 없다
그렇잖아도 맘이 심난한데 참아지지 않는다
"당신 몇살이나 처먹었어 왜 말을 잘라처먹어"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배낭을 집어 동댕이 치고 자리에 앉는게 아닌가?
아 - 거기에는 유니폼 등 소품도 있었지만 할머님들이 정성으로 싸 주신 송편도 있었다
나는 과감히 일어 났다 나보다는 많이 왜소해 보이는 그 놈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생각 이외로 쉽게 들리더구만. 내 맘이 겪해져 있어 없던힘이 생겼나??
앞자리에 끌고 가서 앉히고 내 배낭을 그 자리에 다시 올려 놓았다
바락 바락 소리를 지르며 달려 들더구만
기사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우리는 부둥켜 안고 휘청 거렸다
"아 - 왜이리 시끄러워요??" 나를 지칭하며
"아저씨가 덜 취하신것 같은데 짐들고 한칸 뒤로 가면 될것을 어렵게 일을 만들어요
아저씨가 양보하세요"
쪽 팔리더구만. 그렇다 진작 상대 하지 말고 짐들고 한칸 뒤로 갔으면 되었을일을 --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나 있었고 이미 쪽은 팔렸고
우리 싸움은 계속되었고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짖거리였다)
결국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둘다 내리세요. 내리셔서 싸우던지 말던지 하세요"
앞 뒤 차문이 열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배낭을 들고 내리며 말했다
"너 이 ** 오늘 죽어봐 당장 내려!"
허 - 그런데 이놈이 내리질 않고 버티고 있다
나는 내리라고 소리 지르고 그놈은 꼼짝 않고 그냥 앉아있고
그때 였다. 차문이 스르르 닫히더니 그대로 차가 가버리는게 아닌가??
닭 쫒던 개 지붕처다보는 겪??
갑자기 멍 해지더구만. 이런 기분을 뭐라 설명 해야 할까??
처량해진 기분으로 집을 향해 걷다가 호프집 간판을 보고 그냥 들어갔다 혼자 -
그리고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 뒤 그 날의 나의 행적을 ---
다음날 아침 마눌님의 질타로 내 모습을 짐작 해 볼뿐 =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1년 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