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스크랩] 생전의 빚, 그리고 영원한 빚

초의거사 2013. 4. 1. 09:46

때는 1987년 가을

88올림픽이 열리기 꼭 1년전

당시 나는 잘나가는 친구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연대보증 서류에 도장을 찍고 말았다

그때 나는 그 잠간의 행위로 한번 뿐인 내 인생의 많은 시간을

그렇게 황량한 마음으로 보내게 될줄 꿈에도 생각 못했다

 

도장찍고 한 일년여 좋은 시간도 있었다

우선 그때 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룸 싸롱이라는 고급 사교주점에서

미녀들의 수중을 받으며

비싼 양주에 취해도 보았다

고급 한우집에도 어려움없이 자주 들러 집에서라면 어림없을 생갈비도 뜯어봤고

스덴드빠의 독방에서 밴드마스터 불러다 노래도 많이 불러 봤다

 

그러나

2년이 채 안되는 1989년 여름 이친구가 부도라는걸 내면서

나의 일장 춘몽은 막을 내린다

난생 처음 겪는 당황스런 일들이 여지없이 나를 덥친다

어린 딸과 부인을 남기고 그 친구는 구속이 되었고

나에게는 커다란 빚덩어리가 굴러 왔다

나는 "연대"라는 말뜻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주위의 조언들을 받아들여

우선 작은 살림이지만 정리를 했다

이리 저리 ????????

수원 지방 법원에서 출두 명령서가 오고

가 봐야 도움될것 없다는 주위의 말을 듣고 버텼다

몇번 그러다 궐석 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당시 나로서는 감당 못할 어마어마한 거액을 변재 하라는 명령이떨어졌다

물론 변재하지 못했다. 아니 있어도 변재할 생각이 없었다

 

이후

나에게는 "신용불량자"라는 이름이 붙어다닌다

은행에서 채권을 인계받은 "한국ㅇㅇㅇ" 이라는 단체의 집요함은

사람의 마음을 황폐화 시킨다. 나만이 아니라 같이 사는 사람도 못견뎌할 정도로 --

주위에선 차라리 서류상으로라도 이혼을 하란다

나는 그것만은 정말 싫었다

결국

나는 어둠의 자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남들이 다 하는 주택부금? 청약예금? 등등 은행거래는 일절 정지가 되고

당연히 전국을 광풍으로 몰아부치던 아파트 바람도 타볼 엄두를 못낸다

 

차를 타도 차명으로

휴대폰을 구입해도 차명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많은 공문서들 중에

내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호적과 주민등록 뿐

나는 철저히 그늘에 숨어 살았다

 

그 원인을 나에게 제공한 그 친구

많은 세월 내 마음을 내 스스로 혹사 시키게했던 그 친구가

내 마음속에 항상 살아 있었다. 원망의 대상으로 ---

다행이 원래 나쁜마음의 소유자가 아니어서

구금에서 풀려 나와 백배 사죄하며

몸을 부수어서라도 생전에 해결하겠단 다짐을 한지 15,6여년 만에

나를 밝은 햇볕아래 설수 있도록 해주었다

실로 20여년 만에 풀린 "신용불량자" 너무 고마워서 눈물로 치하했다.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

 

그런데 이봄 

그 친구의 부음이 날아 들었다

나이도 나와 동갑인데 ---- 사인이 심장마비란다

그동안 생활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가 심장이 멎을 정도로 --

달려가 영정을보고 있으려니 가슴이 너무도 복받쳤다

이유를 대라면 이유는 모른다

꺼이 꺼이 울었다. 아직 미혼인 어린딸을 보고 또 울었다

평생 나에게 빚을지고 살다가. 빚갚고 죽었다

"그래 너는 빚갚고 홀가분하게 죽어 좋겠다" 

그동안 내 마음속에 자리했던 원망의 마음들이

이제는

그 친구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나의 빚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오늘도 여전히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어두운 마음 감추고 밝은척 하고 산다

일등이 나왔다는 현수막이 붙은 로또판매점 앞에서 망설이고

-------- 이고

-------- 이고

-------- 이고

열거 할수 없이 많은 욕심과 아집을 마음속 깊이 넣어두고

아닌척

털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산다

 

친구야 먼저가 있거라

영겁의 시간에서 본다면 너와 나의 차이가 있겠느냐

그때가 그때이지 --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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