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아연이 인사 오던 날

초의거사 2013. 12. 9. 12:06

 

미리 예고가 있었기에 마음의 준비를 했었고

누구네 집이나 보통의 가정에선 늘 있는일이기에 그러려니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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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마음이 몹시도 설레였습니다.

아들이 며늘이 될 사람을 집에 인사시키러 온다는 날이었습다.

체면상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신경은 온통 현관문 밖에 있었습니다.

교통체증이 심한지 올 시간이 지났는데 오질 않습니다.

이제는 일어서서 서성이게 됩니다.

마늘님과 딸 내외가 웃으면서 핀잔 비슷한걸 해댑니다.

 

사실 난 전날 부터 넓지 않은 집 구석구석 살피며 정리하고 청소 하고 좀 유난을 떨었습니다.

그래봐야 겉으로 달라진것은 내가 봐도 별로 없습니다.

미리 사진으로는 얼굴을 익혔지만 아들 놈이 그동안 속시원한 대답을 미루며 속을 어지간히 태웠지요.

마음이 있어 만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고 더운 여름을 보냈고 가을도 보냈고 --

나이는 올해 넘기면 우리 나이로 서른 하고도 넷,

마음은 급하고 정작 당사자는 무사태평이고 이놈이 애비 타는 마음을 손톱 만큼이라도 아는지 모르는지

원망만 가득했을 즈음이지요.

 

현관문이 열리고 아들이 안내해 들어옵니다.

가슴 두근 거리는 소리를 들킬까 헛 기침을 해봅니다.

사진으로 익힌 얼굴이라선지 내 식구가 될 사람이라 그런지 낯설지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설레이던 마음이 오히려 차분해 집니다.

밥상을 앞에놓고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는데 참 착하고 예뻐 보입니다.

음식이 맛있다며 밥을 좀 더 달래서 먹습니다.

낯선 환경이 불편 할까봐

낯선 집에 보내놓고 많이 궁금해 하실 부모님을 생각해서

빨리 보낼려고 했지요.

아들보고 빨리 데려다 주고 오라 했습니다.

걱정 하지 말라네요 저는 불편하지 않으니 걱정 하시지 말랍니다.

보내놓고 사위와 함께 소주 한병씩 더 나누어 마셨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었습니다.

커다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 뒤풀이 하는 마음 같은 것??

 

생각해 보면 사위나 며느리나 우리 한텐 참 귀한 사람들 입니다.

내 속으로 난 새끼들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든 우리 내외를 만나 부모로 섬기며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봐줄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마음에 들고 예쁜 사람들 이라면

하늘이 내게 주신 축복이지요.

이제 남은 여생 하늘이 내게 주신 축복  누리며

이 귀한 사람들 사랑하며 다독이며 그렇게 그렇게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