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서 멀어지는 말들
지난 주에 고향에 선조님들의 합동 춘향제에 다녀 왔습니다. 근래 들어 고향 다녀 올때 마다 느껴온 생각인데 이번 길엔 작은 충격이 들 정도로 크게 느끼어졌습니다.
필리핀, 베트남, 중국, --- 우리 고향의 - 아니 전 농촌의 젊은 여성 세대는 이 사람들이 이끌어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부인 할 수 없는 현실임을 진작 알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 자손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제대로 배우고 이어 나갈지 쓸데 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늘 - 내일이 아니니까 내 생활권에 없는 일이니까 잊고 살았습니다.
우리 선조님들의 시제 뒷 설거지를 필리핀 며느리가 하고 있습니다. 온통 7~8순의 노인들만 계신 그곳에 파란 젊음이 자리하고 어색 하지 않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낯선 풍경이지만 귀하고 예쁩니다. 시제를 마치고 귀경길에 딴펄 딸기 밭에 들렀습니다. 딸기를 흥정하려 임시로 설치 해논 비닐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지요. 나는 여기서 위에 말한 작은 충격 같은 걸 느꼈습니다. 외국 관광길에 패키지로 들르는 한국 말 잘하는 종업원이 배치된 가게 안 같았습니다. 동남아 여행길이 아닐까 하는 작은 혼동이 있었지요. 여러명의 젊은 여성들이 함께 안내를 하는데 하나 같이 한국말이 약간 서투른 외국인들이었습니다. 딸기를 사들고 돌아서니 우리 고향 규암 딴펄입니다. 여기서도 낯선 풍경 이지만 그 사람들이 우리 농촌을 살리고 있었습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입니다.
우리 세대가 말 배우기 시작 하면서 귀에 딱지?가 박히도록 듣고 또 들어온 말들 단군자손, 단일민족, 배달민족, 백의민족. 언제 부터 인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각 종 상품의 배달 서비스가 남다르다 하여 개그 소재로 남아 있는 배달민족 외엔 어느 곳에서도 위의 말들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분명 아름답고 귀한 사람들인데 지금 같은 글로벌한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쇄국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비난 받을 지 몰라도 마음 한편 남아 있는 안타까움이야 어쩔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 현실을 외면 하지는 외면 할 수도 없음을 너무나 잘 알지요. 또 내 앞에 닥치더라도 기꺼이 받아드릴겁니다. 타고난 낯설음에 대한 순발력 있는 적응심이 부족함을 탓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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