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인왕산

초의거사 2015. 7. 2. 11:48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저를 아는 지인들 한테는 내가 시름시름 앓고 있는 상황이 뉴스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유명해서? 아닙니다.

덕이 높아서? 아닙니다.

영향력이 세어서? 아닙니다.

--------------? 아닙니다.

-------------?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하나?

술자리에서 뒷걸음 쳐서 입니다.

지금 까지 이 동네에서 자리잡고 산 이래 그런 모습을 보여온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제 속에서 아주 크게 또아리를 틀고 앉아 겨우내 꼼짝 하지 않는 이놈의 감기는

술 앞에서 맥을 못 춥니다.

 

지난 일요일 아침 한 친구가 아침 일찍 전화를 해옵니다.

지인들 몇몇이 인왕산, 북악산을 오르기로 했는데 같이 가잡니다.

사정 뻔히 알면서 그러느냐? 그냥 집에 있을 란다. 했더니

겨우내 그러고 있어봤자 큰 차도 있느냐 어자피 그렇고 그런날 이어진 다면

산바람 맞고 막걸리 마시고 하루 견뎌 보랍니다.

생각해 보니 오기가 생기더군요.

안개가 자욱하고 날씨는 잔뜩 흐렸지만 따라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만류 하는 마눌님 걱정을 뒤로하고 모처럼 길을 나섰습니다.

 

 

 

수도 서울 을 방비 하던 옛 성을 따라 올랐습니다.

 

저 멀리 청와대도 보이고 --

 

비가 내리기 시작 하니 기온이 급 강하 하더군요.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배낭에서 나오는 막걸리들 --

사양 하지 않고 받아 마셨습니다.

술기운이 오르니

만사가 다 좋아졌습니다.

볼에 부딛히는 바람도 상쾌 합니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다보니

이제는 무릅이 용납을 하지 않습니다.

 

 

 

 

옛 성곽이 원형 그내로 남아 있는 곳도 있습니다.

점심겸 막걸리 파티 후

저를 포함한 무릅 이상자들은 청와대 앞길로 우회 하고

무릅이 이상 없는 사람들은 북악산(삼각산)을 오르기로했습니다.

재회는 안국동 설렁탕 집에서 하기로 하고 헤어집니다.

우리는 청와대 앞길로 해서 경복궁 뒤로 돌아

북촌 한옥 마을을 거쳐 안국동에 이르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구간을 지나는 동안

저는 잠시 중국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젔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 이 전부 중국 관광객 이었습니다.

우리 일행을 제외 하면

우리나라 사람은 일부러 찾아 봐도 없었습니다.

여기도 제다 중국 사람.

 

어쨌거나 온몸으로 찬바람 맞으며 비맞으며 막걸리에 흠뻑 젖어

하루를 보내고 왔습니다.

술기운에도

그날 밤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걱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무릅이 태클을 걸뿐

감기 기운은 그냥 그랬습니다.

오히려 괜찮아 진것도 같고 -

날이 풀리고 습도가 높아지면 저절로 없어졌던 작년의 예를 생각해 보니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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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