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벼락여행

초의거사 2015. 8. 11. 15:49

지난 주말

비교적 견딜만 한 오전  시간이 지나고

점심 식사시간 마져 더위와 불쾌지수가 주는 괴로움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는데

마눌님 왈

" ㅇ ㅇ 아빠 점심먹고 어디 산속 나무 그늘 밑이라도 가지?"

"옛날 시골 있을때 생각해 보면 지금 같은땐 산속이 바람이 안통해서 더 더워"

"차라리 안양천 다리 밑이 시원 할 걸"

"안양천 시원한 다리 밑이 우리 기다리고 자리가 있겠어"

"하긴 그렇지 빈 자리가 없겠지"

입으로 대답하며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고속도로 교통 상황을 살핍니다.

어! 토요일 오후 인데 전국의 고속도로가 거의 초록색입니다.

금요일 오후에 다 빠져 나갔나?

이런때 망설임은 참 쓸데 없는 시간 낭비 입니다.

"여보 그냥 간단하게 세면 도구나 챙겨! - 가자구"

"어딜가?"

"그건 가면서 생각하고 지금 고속도로가 휭 하니 뚫렸네"

급하게 서둘러 가까운 서해안 고속에 올랐습니다.

가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지난주 잠간 들렀던 안흥항의 속살을 봐야 겠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오징어 전진 기지가 된 안흥항

오징어 어흭량이 울릉도, 강원도를 제치고 전국 최고의 오징어 산지가 된 그곳.

그곳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오징어배가 들어오는 새벽 항구를 봐야 합니다

결정을 하고 고속도로 서산 나들목으로 빠져 나갑니다.

잘 달리던 차가 서산 시내에 들어서서 부터 교통상황이 장난이 아닙니다.

거의 밀려 가다 시피 움직이는 차안에서 창밖을 보다가

요새 인터넷에 회자 되던 충청도 교통 순경들의 웃기는 멘트를

현수막으로 만들어 걸은 모습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그렇게 급허믄 어제 오지 그렸슈"

 

그나 저나 집 출발 한지 2시간 30분만에 안흥항에 도착 합니다.

이곳은 원래 서해안 낚시배 기지로 유명 했던 곳입니다.

젊은 한때 우럭 낚시 배를 빌려타고 앞 바다를 헤집고 다닐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흥한 건너편에 위치한 신진도라는 섬에 연륙교가 생기면서

그 곳에 안흥 외항이라 명명하여 어업기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지요.

방파제엔 역시 많은 낚시꾼들이 자리하고 있더군요.

 

 

 

어스름 해질녁 둘이는 부두 횟집에서 역시 오징어 회를 시켜 놓고

서해의 낙조를 감상하며 한잔 했지요

 

 

 

 

 

 

 

 

 

 

 

 

 

 

부둣가 근처에 숙소를 정했기에

기상과 함께 부둣가로 향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의 오징어 배 귀항에 한번 놀랬습니다.

전에 보았던 주문진의 그것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배가 정박해 있고

 

오징어가 배마다 만선입니다.

죽어서 박스에 담긴 오징어, 그리고 산 활어 오징어.

 

전국 오징어 최대 어항 답게

전국에서 몰려든 오징어 활어차가 부두에 가득합니다.

그렇게 큰 활어차는 이제 까지 가까이에서 구경 하지 못한듯 합니다.

마치 기차 한량을 옮겨 놓은 듯 한 크고 긴 차량들입니다.

경북, 강원, 서울, 인천, 충북, 전북. 부두가 작아 더 많은 차들이 들어오지 못하고

부두 밖 도로에서 대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편한 모습이 보입니다.

서해가 조수 간만의 차가 커서 그런지 부두가 굉장히 높습니다.

마침 그때가 물이 나간때 였을까요?

오징어 상차 작업이 장난이 아니더군요

동해안에서는 구경하지 못했던 풍경들입니다.

 

정확히는 서남해안에서 조업해 온답니다.

수도권 소비자들을 보고 그나마 입지 조건이 괜찮은

수도권 가까운 곳 안흥 항으로 온답니다.

 

격세지감(짧은 시간이지만)

관서 지방의 많은 오징어 활어차들이 오징어를싣고 한마리라도 죽을세라

그렇게 바삐 미시령을 넘던때가 바로 몇년전인데

이제는 강원지방 활어차들이 오징어를 싣고 한마리라도 죽을세라

그렇게 바삐 반대로 미시령을 넘고 있습니다.

옛날 강원도 그 곳은

오징어 한마리 손질해서 썰어 주는데 얼마?

어름채워진 빈 박스 얼마?

어떤 때는 오징어 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던때도 있었는데

이곳 안흥 항은 아직 그런 부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

일년 내내 오징어로 밥먹고 살던 그 사람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할까?

줄서서 기다리던 수많은 관광객들을

고마워 하기나 했을까?

오징어들이 무언가 사람들 한테 할말이 있어서

서해안으로 옮겨온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