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40년 만의 재회

초의거사 2016. 1. 9. 12:38

얼굴의 윤곽이 잡힐 듯 안 잡힐 듯

가물가물 한다면 몇 m 쯤 일까요?

서로를 발견한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동시에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미 얼굴 확인 같은건 불필요한 절차 였습니다.

40년 만의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습니다.

40년의 세월이 앗아간 청춘 말고는 그때 그모습 김상병님이었습니다.

김재원 상병, 조남혁 일병 그렇게 헤어진 후 40년

"야 반갑다 이런일도 있네 무슨말부터 해야 될지 모르겠네"

마음의 설레임이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내 마음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술잔을 앞에 놓고 마주 않습니다.

 

 

전 수도권 지회장 조만동 후배님이 자리를 같이 합니다.

참 두서 없는 대화들이 무수히 오고 갑니다.

대화 중에 느낀건

불경?스럽게도

내가 간직 하고 있는 선배님에 대한 기억보다

선배님이 간직 하고 있는 나에 대한 기억이 더 많았습니다.

내가 중대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작전지도 컬러 확대, 챠트, 상황판 제작 괘도제작 등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은 소대에 근무 하면서 내가 했던 작은 일들까지 -----

심지어는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족 사진 모습까지 기억 하고 있었습니다.

소대에서 같이 생활한 기간 약 3~4개월--

나는 대전차 장애물 공사 현장 파견 근무에 이어

중대본부로 발령을 받아 나오면서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였는데 -

선배님은

전에 중대 본부에 근무하다 인사계와 불화로 소대로 내려온 경력이 있어서

중대본부 고참들과 교류가 많아

가끔 중대 본부에 들러 나의 근황을 눈여겨 보아왔던 것 같습니다.

조만동 후배의 추임새를 박자로 받으며

우리는 그렇게 술병들을 비워 나갔습니다.

 

 

"술은 자리를 옮겨야 제맛" 이라는 선배님의 배려로

우리는 자리를 옮겨 또 그렇게 끊임없는 수다를 이어갔습니다.

 

카메라도 취한 듯 싶습니다.

"과하면 모자람만 못하다"

"過猶不及"

우리는 늦은 시각 이성을 되 찾습니다.

아쉬움이야 말로 다 할 수 없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잡은 손 서로 잡아 당기며 놓기 싫어 하며

그렇게 헤어 졌습니다.

40년 전의 김상병, 조일병은

환갑 진갑 다 지난 말년의 선배, 후배로

오래 오래 만남을 이어 갈 것을 약속하며 헤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