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다은이
다은이 놀고 간 자리가 어지럽습니다.
집안에 있는 장난감 이란걸 모두 꺼내놓고
10분도 안되어 돌아서 버립니다.
"다은아 다 놀았으면 장난감 정리해야지?"
"할아버지가 치워"
" 안되 다은이가 놀았으니 다은이가 치워야 돼"
"-----"
"어린이집 수첩에다 선생님께 편지 쓸거야"
"안돼 !"
심하게 도리질 합니다.
하나둘 치우며
"할아버지가 도와줘 나 너무 힘들단 말야"
언제 부턴가 손에 들렸던 물건들을 던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다은아! 그렇게 물건을 던지면 친구들이 다은이 싫어한다."
"아니야 친구들이 나 안 싫어해"
"그래? 어린이 집에서 그렇게 던지고 그래도 친구들이 다은이 안싫어해?"
"응 안싫어해"
"어린이집 수첩에다 편지써서 선생님께 여쭈어 본다."
"안돼 !" 쓰지마."
심하게 도리질을 하며 던진 물건 제자리에 갔다 놓습니다.
언젠가
저녁에 내가 집에 들어오면 현관문까지 뛰어나와 반기던 다은이가
조용합니다.
들어가 보니 TV 앞에 누워 시선도 안 줍니다.
할머니가 귓속 말로
"받아쓰기 했는데 90접 맞았다고 속상해서 그래"
"예은이는 100점 맞았다네"
90점도 아주 잘한거라고 아무리 회유를해도 기분을 풀지 안습니다.
아예 시험지를 감추고 나한테 보여 주지도 안습니다.
그렇게 기분이 풀리지 안은체 하룻 밤을 보내고 --
아침에 TV 에서 <꼬마버스 타요> 프로를 보다 벌떡 일어나더니
노트와 연필을 들고 내앞에 와서
"할아버지 나 이제 버스 쓸즐 안다."
거침없이 씁니다.
그제야 감추어 놨던 시험지를 꺼내어 나에게 보여 줍니다.
버스를 바스라 썻더군요.
어제는 그렇게 쓰는 줄 알았다고 변명을 해답니다.
또 하루는
집에 왔더니 할머니 무릅을 베고 누워 있었어요
옆에는 체온기가 놓여 있고 앓는 모습입니다.
혹시라도 요새 유행하는 독감이라도 걸리지 않았나 깜짝 놀랐습니다.
호들갑을 떠는 나에게
할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감기 기운이 조금 있긴 한데 --
오늘 받아쓰기 100점 맞았는데 시험지가 그만
도시락에서 나온 반찬 국물에 녹아 훼손되어서 그래 지금"
옆에 있는 시험지를 보니걷으론 멀쩡해 보입니다.
"와! 다은이 오늘도 100점 맞았어 다은이 최고다"
말이 없습니다.
할머니가 훼손된 부분을 짜깁기 하고 다리미로 펴서 다시 써 넣었는데도
기분을 풀지 않습니다.
결국은 그날도
할머니 할아버지의 각고?의 노력으로 겨우 기분을 풀었답니다.
그리고 잘때 까지 시험지 안고 다녔습니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자기 하고 싶은소리 거침 없이 해대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거침없이 행동하고
혹시 어린이 집에서 다은이의 그런 행동으로
다른 친구들 한테 불쾌감을 주거나 피해를 입히지 안을까 걱정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이
싫지 안고
그냥
예뻐 보이니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