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습니다.

초의거사 2016. 5. 19. 10:01

봄 비오는 날은

여름 비오는 날의 그것 과는 다른

을씨년 스러운 - 개운치 않은 무엇이 있습니다.

 평소 주말이면 사람으로 붐빌 종로 먹자 골목도

사람의 발길이 뚝

이런 날은 고향 친목회가 아니더라도

그냥 넘기기 쉽지 않지요.

하물며 술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사람들이

고향 친목회라는 이름으로 뭉쳤으니

그 날이 기억되지 않을 그저 그런 날이 되기는 애시당초 틀린 겁니다.

그래도 처음엔 다들 이성을 갖고

우리 계백회 술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술좀 줄여야 한다고 한마디씩 자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마셨습니다.

조금은 사양도 하며

술잔을 꺽어 마셨습니다.

대화가 그 쪽으로 넘어 가기 전엔 -

한 순배씩 얼큰하게 돌고

고향 이야기가 바닥을 들어 낼때 쯤

우리는

늘 정해진 레파토리대로 나라 걱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20대 총선 이야기

이미 얼큰해진 -그래서 영혼이 한껏 자유로워진 -

사람들은 여기저기 얻어 들은 정보에

자기만의 색갈을 입혀 저마다 열변을 토합니다.

그리고 조~~기 우측 맨 앞의 식당 주인 -

이 사람의 성향이야 말로 우리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아주 수구 꼴통이라

(우리 보다 한참 젊은데 --)

총선 결과에 열이 뻗쳐 열변을 토하다가

스스로 육회를 내오고

술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술병을 날으니

우리가 무슨 수로 사양을 할 수 있으리요

하여튼 넘어진 술병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라

이래서 또 술마시기 전에 우려 했던 계백회가 되어 버렸으니

처자식을 죽이고

나라를 위해 황산벌에서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리신

계백장군이 통탄할 노릇 아닌가?

 

오랜 시간 뒤의 하늘은 여전히 캄캄 하고

드 넓은 종로 대로에도 인적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술취한 웃음소리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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