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눈물의 여행기

초의거사 2016. 10. 6. 09:33


지난 금요일
사물놀이 팀과의 1박 2일 여행을 떠납니다.
장마 중에도 다행히 비는 오지않고 - 적당한 구름이 따가운 햇볕을 가려 주고 
아직 절정에 이르지 않은 피서철 때문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도로는 한가롭고
모든 걸 잊고 즐겨 보려는 마음들이 하나로 뭉쳐? 마음껏 목청껏 뛰고 놀았습니다.
장구메고 북메고 징들고 꽹가리 치며 백사장을 돌았습니다.
정신줄을 놓을 만큼 이슬이도 마셔 댔습니다.
그리고 그때 까지 잘도 참아 주었던 하늘이 열리기 시작 합니다.


그렇게 열리기 시작한 하늘은 밤새 많은 비를 뿌리고도 아침 까지 여전히 부슬 부슬 -
여럿이의 이른 아침을 챙겨 먹고 난 마음이 급해 졌습니다
오후에 또 다른 여행 약속이 있어 희망자 3~4명과 같이 먼저 귀경 하기로 한 약속 한 터였습니다.
그런데 차질이 생겼네요
먼저 귀경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겁니다. 다들 더 놀다 가겠다네요.
난 오후 2시면 서울에서 속초행 여행길에 오르기로 약속이 되어 있고 --
결국은 김진숙 총무님이 남편분께 SOS를 날리고 그 분께서 흔쾌히 데릴러 오시기로 하고
저는 여러 사람들의 버림?을 받고 비오는 고속도로를 홀로 달려 귀경 했습니다.
오후에 있을 여행을 생각 하며 마음속으로 울며 귀경 했습니다.

이번 속초 여행은 우리 일행들에겐 눈물의 여행 이었습니다.
지난 달 모임때 일행 중 한명이 갑자기 간 암 진단을 받고 8월 초에 수술 일정이 잡혔다고 --
그래서 수술 전에 같이 간단히 여행이나 다녀 오자 해서 결정된 일인데 --
초기 간 암은 수술만 잘 하면 걱정 없을거라 해서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기 전에 너무나 뜻 밖의 소식을 듣습니다.
수술 전 다시 정밀 검사를 받았는데
이미 말기로 다른 장기까지 전이가 되어 병원에서 손을 쓸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답니다.
이제는 모든 걸 하늘에 맏기는 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답니다.
여행의 성격이 한달 전 그때와는 완전히 바뀌어 버린 여행이되었습니다.
모두들 우울 하지 말자 웃으며 갔다 오자 암묵적인 약속을 하고 떠났습니다.
날씨는 여전히 우중충 하고 구름속의 울산 바위가 마음을 더욱 가라 앉게 합니다


그 친구의 앞날이 저렇게 울산 바위를 덮고 있는 구름이 햇살에 퍼지듯 환하게 아름답게 
반짝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바다도 가보았습니다.
마음을 감추고 크게 웃고 떠들며 너스레들을 떨었습니다.

분명 지금이 여름인데 마치 겨울 바다 처럼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보통의 여행이라면 동해안 까지 와서 메뉴는 당연히 싱싱한 회 였겠지만
그 친구를 생각 해서 오리 백숙을 시켰습니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즐겼습니다.
물론 쇠주도 한잔씩 ---- 
편의점에 들러 쇠주며 맥주며 마른 오징어 몇마리 싸들고 아직은 이슬비가 오락 가락 하는 방파제로 갔습니다.
그 친구가 파도소리 듣고 싶다 했습니다.
또 술잔이 돌고 돌고 이제는 모두 일상의 모습들이 아닐 정도로 취해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잘도 참아 왔습니다.
평소 가벼운 지병을 갖고 살던 한 친구에 취한김의 넉두리가 모두를 울립니다.
"나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그런 병에 걸릴거란 상상도 못했다"
"나같은 놈도 멀쩡 한데 네가 왜 ?"
어깨를 끌어 안고 우는데 거기서 눈을 적시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그렇게 우리는 방파제 위에서 울다 웃다 미친 사람들 처럼 뒹굴었습니다.
빗줄기가 굵어짐에 우리는 숙소로 왔고 그 뒤로도 - 어제 밤에 이어 정신 줄을 놓을 만큼 ---

남자들끼리의 아침은 거의 당연 라면 이지요.
말들을 잊은채 서둘러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어제 올때 처럼 일부러 즐거운 척 너스레 떠는 친구 도 없었습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차창 너머의 풍경에 시선들을 맏깁니다.
앞으로 견디어낼 그 친구의 모습이 차창 너머의 풍경에 오버랩 되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속초에서 오는 4 시간여가 이 세상에 존재 하는 시간이 아닌듯 느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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