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인 크기 심리적인 크기
우리 며늘애기 --
맨 처음 우리 집에 인사 왔을때 난망 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 거립니다.
대한민국 최전선 DMZ, 그것도 155마일 휴전선 중 험하기로 첫번째인 동부 전선 고지에서
34개월 꿋꿋이 나라를 지켜온 예비역 병장인 내 키가 168cm인데 아 이놈은 172cm 랍니다.
차라리 내키보다 큰것은 얘기 거리도 안될지 모릅니다.
우리 집사람은 밝힐 수 없지만 나보다 한참 작으니 그 놈 옆에 있으면 애기 수준이고 ----
하여튼 난 내 주위에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그렇게 큰 여자는 처음 봤습니다.
결혼을 시키고 ----
난 우리 며늘애가 집에오면 왠만해선 일어 서질 않았습니다.
아! 여태 겪어보지 못한 내 인생에 또 하나의 좌절? 이었습니다.
아들놈은 눈치를 보아 하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형국이고
예쁜짓 하니 예쁘기는 한데 여전히 옆에 서 있으면 -----
예쁜놈이 예쁘짓 한다고 며늘애가 내년에 나한테 손주를 안겨 준답니다.
그런데 이놈이 입덧을 얼마나 심하게 하는지 일반적인 식음을 전폐 하다시피 하고
겨우 카스테라로 연명? 하다 시피 한다네요.
어느 주말 아들이 집에 왔는데 뒤 따라 들어와야 할 며늘애는 보이지 않고
뒤따라 전화가 옵니다.
"아버님 죄송해요 ---- 오빠?(요새애들 호칭)가 저때문에 같이 굶다시피 해요
맛있는거 좀 많이 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아들놈 얼굴이 헬쓱해 진것 같기도 하고 ---
나름대로 좋아하는 육식 위주로 한상 차려 먹여 주고
혹시 무엇이라도 먹을까 싶어 이것 저것 한 아름 싸서 보냈습니다.
그 중 혹시 입맛에 맞는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
사정을 들어 보니 대한민국 1% 의 입덧이라네요.
요샌 인터넷으로 별걸 다 알려 줍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삼계탕이 먹고 싶다해서 삼계탕을 끓여서
솥채 차에 싣고 가서 주고 오기도 했는데
역시 아들이 먹었다는 ----
고생 할 생각을 하니 맘이 짠해지고 많이 미안한 심정입니다.
어서 시간이 가길 비는 수 밖에 해 줄수 있는게 없습니다.
어느덧 가지 않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많이는 아니더라도 밥을 조금씩 먹는다는 소식을 전해 옵니다.
지난 주말
아침에 전화를 받는 집 사람의 목소리가 환희에 차 있습니다.
"그래 그래 뭐 먹고 싶니? 다 해줄께"
"----------"
"응 닭도리 탕? 알았다 어서 와라"
"ㅇ ㅇ 아빠 나 시장에 다녀 올테니 청소기 좀 돌리도 있어"
"이놈이 애비를 닮았나 배속에서 부터 닭고기만 찾아 --"
우리 아들이 닭고기를 아주 많이 좋아 합니다.
집 사람은 나는 듯 시장엘 가고 난 들뜬 마음으로 청소기 돌리고 --
우리 부부는 바쁘게 손발 맞추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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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키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아들 뒤 따라 들어 오는 며늘애를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습니다.
"안녕 하셨어요? -- 울먹일 듯 인사 하며 들어오는데 목구멍이 확 달아 올랐습니다."
"그래 고생이 많구나 어서 오너라"
평소에 그렇게 커 보여 나를 기죽게 하던 놈이 그날은 왜그리 작아 보이는지
애기 같았습니다.
고생하는 내 새끼라 생각하니 어린애 처럼 한없이 작아 보였습니다.
먹고 싶다던 닭도리탕에 밥 한그릇 비우고 과일 까지 먹는 며늘애를 보며
우리 부부는 모처럼 마음 따뜻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새생명의 탄생은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