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스크랩] 노숙자를 통해 얻은 평생 교훈

초의거사 2013. 3. 15. 10:46

어제 밤 금빛공원 --

 

산책 나왔던 주민들도 하나 둘 귀가 하고 공원에 적막이 감돌 즈음

 

팔각정에 낯선 노인(?) 한분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매일 출근하다 시피 하는 낯익은 노숙자 그룹이 아니고

 

처음보는 얼굴 --

 

낮 기온이야  한참 봄날 이라지만

 

밤 12시 쯤의 기온은 밖에서 자기엔 너무 추운 날씨

 

그대로 두면 혹시 잘못 될것 같아 흔들어 깨웠지

 

나 : 아저씨, 아저씨 !!

 

반응이 없다.

 

나 : 아저씨, 아저씨 !!

 

분명히 숨은 쉬는데 반응이 없다.

 

그대로 두고 공원을 한바퀴 돌고 한참 지켜 보고있으려니

 

부시시 일어 나는거야

 

그리고는 우산이며 모자며 그냥두고 비실 비실 걸어 도로를 무단 횡단 ---

 

우산과 모자를 챙겨 들고 쫒아 가서 도로 밖으로 끌어 냈지

 

나 : 이것들 아저씨 물건이죠? 가지고 가셔야죠 !

 

그분 : 가기는 어딜가 내가

 

나 : 지금 집에 가시는 거 아니세요?

 

그분 : 젊은 사람이 왜이리 정신이 없어! 나 지금 안주 사러 가는거 잖아

 

나 : 안주는 무슨 안주예요 지금도 많이 취하셨는데 집에 가서 주무셔 야죠

 

그분 : (갑자기 정신이 난듯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여기가 어디야 !

 

나 : 금빛 공원요 !

 

그분 : 이 시간에 공무원이 공원에 왜 나와 있어

         (나 공무원 아닌데--)

 

나 : 공원에서 무슨 사고가 나지 안도록 관리 하는거예요

 

그분 : 돈 들여서 하나? 나라에서 --

 

나 : 예 !

 

그분 : 도둑놈들 그냥 놔두지 돈들일 거면 왜 공원을 만드나 ?

 

비실 비실 걸어 제자리로 돌아온 그분 안주사러 가는것도 잊은채 다시 취침자세 --

 

나 : (조금 큰소리로) 여기서 주무시면 얼어 죽어요, 집에 가세요.

 

그분 : (아주 편한 목소리로) 죽으면 어때서 !!

 

나 : 이 좋은 세상 놔두고 그리쉽게 죽으면 억울하잖아요??

 

엉겹결에 내뱉은 이말 -- 나는 죽을때까지 어제밤을 교훈으로 삼을 것 이다.

 

그분 : (벌떡 일어나 더니 나를 노려보며 - )

        좋은 세상은 네놈 세상이고

        얼어 죽어도 억울 할것 없는게 내 세상이다 이놈아 !! 

 

나 : ----

 

그분 : ----

 

나 : ----

 

그분 : ----

 

나 : 그,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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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그분의 안위가 궁금하여 나가 봤다 그분은 거기에 없었다

 

잠시 또 술 구하러 갔는지도 --------

 

 

 

 

 

출처 : 금천문화원 사물놀이 및 난타 교실 <천지조화>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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