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4월 24일 일상

초의거사 2018. 4. 27. 16:34

화요일

문화원에 갈일도 없고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늘 하던 대로 오전 컴퓨터와 놀기

오후 안양천 걷기 샤워하기

평소 화요일 나의 일상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변수가 생겼지요
아침에 손주보러 가는 마눌님께서 준비를 끝내고
"ㅇ ㅇ 할아버지 오늘 할일 없지"
할일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물어보는 저의가 의심 스럽습니다.
"응 왜?"
베란다 쪽으로 가더니 멸치 박스를 들고 옵니다.
"이것 좀 까놔, 당신이 좋아하는 거니까?
내가 멸치 국수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멸치 까는 것 까지 좋아 할리 없지요
그거 한 박스 까는 것
생각 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고 허리가 아파옵니다
더하여
멸치 상태를 보니 작업이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남해 관광 가서 사왔다는 멸치가 영 


속으로야 이것 저것 맘에 안드는 구석 설명하며

거부 하고 싶지만

우리집의 살아 있는 권력 실세 앞에서

내놓고 거부는 사실상 가능 하지 않습니다


그나 저나 멸치는

4~5cm 크기에 몸이 통통해야 까기가 좋은데

이놈들은 못 먹고 살았는지

작고 잔뜩 야위어가지고 양쪽 배가죽이

손톱도 안들어 갈 만큼 바짝 붙어 있으니 참 난망입니다.

아침 나절 꾀부리며 컴퓨터 가지고 놀다

점심먹고 또 괴으름 피우며 뒹글다

갑자기 "어차피 내가 해야 할일" 이란 커다란 깨우침을 얻고

멸치를 까기 시작 했지요

어쨌던 마눌님 귀가전에는 다까놔야 하니까요.

생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1시간 까고 30분 쉬고

반복 하기를 2회 

그리고 쉬는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이러고 있답니다. ㅠ ㅠ 

앞으로 반복 2회는 더 해야 끝날 것 같은데

어둑 어둑 해질 무렵이나 되어서 끝날 것 같네요

허리도 아프고 오금도 저리고


남편이란

아버지란

할아버지란

그 이름은

그이름은 남자의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