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한가하니 옛 생각이 -
기름 냄새 음식 냄새 가득하던 집안이
어린 손주놈들 울음소리 웃음소리 가득 하던 집안이
외딴곳 갯마을의 썰물 나간 갯벌처럼 햇빛 반짝이며 조용합니다
아직은 그 여유로움에 한껏 마음이 평온합니다
오후 들면 심심해서 몸을 뒤틀며 안절 부절 할 줄 알지만
지금은 그렇습니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 짜리 외손녀가 나 한테 오면
곧장 내 컴퓨터 책상에 앉아 이런 저런 놀이를 찾아 놀다가곤 합니다
유튜브도 검색하고 그림도 그리고 낙서도 하고
이번 추석때도 예외가 아니었지요
일부러 컴퓨터 부팅해주고 그림 그릴 도구
적당한 량의 A4용지들 제공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놈은 늘 하던대로
지 맘대로 한 나절을 놀다 갔습니다
오늘 모처럼 컴 앞에 앉아
그놈이 놀다간 자리를 정리하다
옛생각을 하게 하는 그놈의 낙서를 발견했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지인으로 부터
이런 인사의 사진도 받았습니다
나 어렸을 적
말 배우기 시작 하며 나돈 북한에 대한 각종 표어 포스터들은
"무찌르자 공산당"
"때려 잡자 김일성"
"멸공 통일"
"이웃도 잘 살피자
이웃속에 간첩있다"
"간첩신고 나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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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부끄럽게도
군대 가서야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란걸 알았을 정도였으니까요
북한 사람들은 눈이 붉거나 얼굴이 기형이거나
그런줄 알고 유소년기 청년기를 보냈는데
지금 어린애들은 김정은이가 좋은 분처럼 느껴진다는데
참 커다란 격세지감을 실감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세대는 어찌 보면
참 어두운 시대를 살았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누구를 원망하고 경계하고 적대시 하고
살아 왔으니까요
항상 엄습하는 위협속에서 전쟁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며
살아 왔으니까요
그런 위기감이 죽기 살기로 일하게 만든 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좋은 사람같았다는
지금의 어린아이들 꿈처럼
정말 좋은 사람이되어
우리 민족의 빼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아름다은 이 강산을 노래하게 하는
평화가 빨리 왔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될거라 믿는 어른들은
많지 않지만
추석 보름달
우리동네 안양천 제방에서
2018년 음력 8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