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저년 먹고 갈께 !
어느 때 부터인가
내 집 식탁에 숟가락이
달랑 두개만 놓인다
그걸 인식하고 부터는
밖에서 외식(음주)을 할때면
문자 메시지로
"나 저녁 먹고 들어가"
이런 저런 껄끄러운
질문을 봉쇄하기에는
문자 메시지가 참으로 요긴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어두침침한
술집 조명하에서는
그놈의 세월이 방해를 하는 바람에
전화 자판을 제대로 두드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데 있다
돋보기를 항상 휴대 하기도
그렇고 ----
그날도 역시
눈을 부비며 자판을 두드렸다
"나 오늘 저녁 먹고 들어 갈께"
그리고는 평소대로
남보다 많은 주량을 과시하며
희희 락락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갔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웃음인지, 비웃음인지
화내는 건지, 반기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그년 맛있게 먹었어?"
???????
나는 당연 엉거주춤
표정관리를 뒤로 미루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평소 철학(?)대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옷을 갈아 입으며 심 호흡을 했다
이유가 무었인가?
흔한 일상대로 동네에서 같이 활동하는
아줌마 들과 어울려 한잔 했는데
그걸 보고 오해를 했나?
아님 시원치 않은 가장노릇에
매일 이다시피 하는 술타령에
오늘 따라 화가 났나?
문을 삐죽열고
동정을 살폈다
근데---
TV를 보면서 혼자 좋아 죽는다.
?????????
나를 보더니
"ㅇㅇ 아빠 이라와봐"
웃음참는 보습이 역역 하다
자기의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면서
"읽어봐"
거기에는 초저녁에 내가 보낸 문자가
보여지는데
글쎄 --
거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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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저년 먹고 들어갈께"
나 미친다
그 뒤로는
직접 통화 한다
'나 저녁 먹고 들어가 혼자 먹기 쓸쓸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