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스크랩] 코피터진 이유

초의거사 2013. 3. 15. 11:29

      

 

어느 일요일 아침

화장실에서 세수하다 말고

시뻘건 코피를 흘리며 코를 감싸쥐고

거실로 나와 마눌님의 도움을 요청한다.

"ㅇㅇ 엄마 휴지좀 갖다 줘"

깜짝 놀란 ㅇㅇ 엄마

휴지를 건네며 한마디 던지는 말

"얼마나 마셔댔으면 이제 코피까지 쏟네, 지겨워"

 

난 억울하다

어제 저녁에 좀 아니 많이 마시기는 했다

동네에 살다 수원으로 이사간 친구가

동네 산을 못잊어 일요일에 찾아와

산에 같이 가자는데 반가운 마음에 같이 산을 오르며

건강을 위하고 친목을 다지는데 까지는 좋았는데

오르기전 술은 내가 다 준비하기로 하고 친구는 그냥 오르기로 하여

500mm 들이 플라스틱 병 소주 한병 막걸리 한병을 배낭에 넣고 갔는데

막상 배낭을 여니 친구의 배낭에서도 막걸리가 두병이 나온다

두 주당이 누구라서 술의 많음 을 탓하랴

시원한 그늘에 앉아 오고 가는 아줌마 등산객들에게

실없는 농담 던지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 마셔댔다

 

난 그래도 억울하다

산을 내려 올때는 이미 거기에서 술을 멈출 만큼

이성을 갖고 있지 못했다

누구의 청이 있지않아도 자동적으로 2차는 필수였다

그때!

친구의 뜻 하지않은 파격 제의

수원 자기네 동네에 가면 끝내주는 집이있단다.

나의 망설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술이있고 끝내 주는 집이 있다는데--

전철을 타고 그래도 옆사람들 한테 술냄새 풍긴다고

열심히 껌을 바꾸어 씹으며 수원에 갔다.

낙지 전문점

하 ~ 시원한 연포탕 끝내주데

거기서 부터는 얼만큼의 술을 마셨는지 기억이 없다

그냥 마셨으니까

노래방에 가고 ~

도우미 아줌마 불러달래고 ~

단속이 심해 안된다고하고 ~

둘이서 미친사람들 처럼 고래고래

그리고 노래방에서 나와서

또 마셨지 아마

 

그리고 늦은 밤 등산 배낭메고

전철타고 집에와

혹시라도 마눌님의  편안한 밤

방해 될까봐 조심조심 발씻고 조용히 잤는데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조용히 세수하러 들어갔는데

 

그놈의 코피가 터져 나를 난처하게 만들다니

나는 억울하다

술많이 먹은 후유증으로 코피가 터진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아는 사실이다.

나는 세수할때 버릇이 몹시 급하게 얼굴을 문지른다

그것도 이상하게 새끼손가락을 벌리고--

ㅠㅠ 그러다 그만 새끼손가락이 코속을 공격하게 된다

미끈 미끈 비누칠이 된 손가락이 맹렬한 속도로

코속을 공격하면 여지없이 코피가 쏟아진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마눌님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후 사정을 알아 보려 하지않고

무조건 술 때문으로 몰아부친다

그래서 나는 몹시 억울 하다는 것이다.

 

술 많이 먹으면

다음날 코피 쏟는 사람도 있기는 있나?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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