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스크랩] 너무나 슬프고 괴로운 얘기 2

초의거사 2013. 3. 22. 11:36

 

 일요일 오전

고향에서의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교통체증을 염려한 나는

늘 하던대로 아침 식사 서둘러 마치고

귀경길에 올랐다

규암 에서 고속도로를 탔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막히기 전에

당진 JC를 벗어나야 되겠기에 서둘렀다

서공주 JC에 이르기 전에 이미

 옆에서 재잘대던 마눌님의 목소리가 잦아든다

깊은 수면 중 이시다.

고향에서의 일정이 피곤했나보다

라디오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개통된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한가로운 고속도로를

심심하게 달렸다

 

예산 대교에 진입 할 즈음

앞에 달리는 구형 SM5 승용차를 따르던 나는

그 차의 번호판을 보며 혼자 재미 있는 상상속에

심심한 시간을 달래고 있었다 

그 차 번호가

서울15

다 4972

였는데

나는

"서울 일 오다 사고치리"

라고 한글 인용문구를 만들어 외우며

실실 대며 혼자 재미있어 했다.

아니 나중에는

화투판에서 1 을 따라지라 부르던생각이 나서

"서울 따라오다 사고치리"

라는데 까지 생각하며 실실댔다

 

그때 였다

오른쪽 눈이 뭔가 침침하여 살짝 부볐는데

갑자기 눈을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엄습했다

금방 눈물이 줄줄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냈다

아무리 한쪽 눈으로 운전을 하려 애써 봤지만

통증 때문에 가능 하지 않았다

 

비명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을 깬 마눌님의 외마디

 "왜그래 ㅇㅇ 아빠 왜그래"

나보다 더 놀랜 외침이다

비상이다

결국

계곡을 가로지른 높디 높은

예산대교의 중간 갓길에 위험을 무릅쓰고 차를 세웠다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바쁜 귀경길을 서두르는 차들의 질주가 장난이 아니다.

차가 한대 지나갈때 마다

우리 차가 휘청거린다 

 

눈 꺼플을 뒤집어 마눌님에게 보인다

눈물은 여전히 그칠줄 모르고 통증은 점점 더하고

나는 그때 그 곳에서 무슨 사단이 날줄 알았다

찬찬히 살피던 마눌님이

젖은 냅킨을 꺼내 눈을 씻기 시작한다

조금 뒤

"나왔다"

뭔가 눈에서 꺼낸 것 같다

그래도 통증은 여전한데

"꺼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조금 기다리니 통증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불편했지만 그래도 높고 높은 예산대교를 벗어나야 될것 같았다

한쪽눈을 감은채로 천천히 차를 몰아

가까운 임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눈을 감고 무작정 기다렸다

 

한심 잔것 같기도 하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눈을 뜨니 괜찮았다

그때 마눌님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눈섭이 흰자위 쪽 각막에 꽂혀 있더란다

보여준다

하얀 냅킨 위에 검은 그것

서러웠다

나이들면서 느껴지는 현상이 서러웠다

언젠가 부터 머리 카락은 빠지고 가늘어 지는데

눈섭은 굴고 뻣뻣해진다

어쩌다 관리를 게을리 하면

눈섭 하나가 머리카락 처럼 길게 자라기도 한다 

왜 나이 들수록

머리 카락은 가늘어지는데 눈섭은 굵어질까

그런 신체 외적인 변화 없어도

늙어지는게 서러운데

 

이래 저래 부르는건 술이요

이래 저래 쌓이는건 서러움 뿐이라네

내 청춘 돌려줘!!

 

 

 

첨부파일 청춘을 --.mp3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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