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지친 일상이지만 봄은 여지 없이 우리 곁에 왔다 갑니다
도무지 달력을 볼일이 없으니 이젠 달력 넘기는 일 조차 밀리기 일수입니다
어쩌다 보니 4월 중순이 되어서야 3월 달력을 넘기게 되네요
이 모든 어려움이 인간세상에서나 있는 일이고
자연은 늘 그대로 봄이 오니 꽃이피고 꽃이 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집안 분위기라도 바꾸어 볼려는 마음들로
시장 꽃집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나라고 다른 마음일리 없지요
시장 꽃집은 아니고 바람도 쐴겸해서 교외 화원으로 나들이겸 나갔습니다
이것 저것 무엇이 좋을까 망설이며 감상하고 있는데
같은 마음의 주부님들께서 다육이를 고르면서
이것 저것 다육이의 생육에 대해 질문들이 많습니다
"물은 한달에 몇번 줘요? 물 많이 줘서 죽는다는데요"
"물 주는 주기는 별 상관 없어요, 장마철에 야외에 있는 다육이들 잘 크잖아요
물빠짐이 좋은 토양이면 매일 줘도 잘 커요"
무심한듯 대답하는 화원 여자 주인의 대답에서
난 인생의 참 진리를 얻었습니다
다육이는 토양만 좋으면 장마도 땡볕도 이겨내고 잘 자랍니다
장마도 땡볕도 없어도 토양이 나쁘면 죽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좋지 않은 토양에서도 어쩔수 없이 살아냅니다
모진 풍파를 견디며 살아냅니다
그러자니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 되고 ---
각자 처한 토양을 모두 물빠짐이 좋은 토양으로 바꾸지 못하니
의술이란걸 발전시켜 질병과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내가 서있는 토양을 내려다 봅니다
과연 의술의 관리 없이 살아낼 수 있는 토양이었을까
나이 들어 내려다 본 내가 서있는 토양은
나와는 전혀 맞지 않는 토양에서 참 억지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스스로에게 많이 많이 미안해 집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스럽고 힘들었을까
생각사로 내가 불쌍해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렇다고 깨닳은 지금이라도 맞는 토양찾아 떠나볼까 생각해보지만
스스로 지배당하고 살아온 세월의 익숙함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습니다
그냥 맞지 않는 토양에서 세월의 익숙함으로 견디고 견디며 살다가
맞지 않는 토양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다육이 신세되면
그때라도 늦지 않게 벗어날 용기(포기)가 생길까?
아님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는 다육이처럼 죽어갈까?
아마 그럴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