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은 분명 냉면 담아 먹으라는 냉면 대접이렸다.
어제 밤 11시 조금 지났을 무렵 현관문에 인기척을 느끼고 귀를 기울였다 그 시간 우리집 현관을 열고 올 사람은 아들 밖에 없었고-- 그런데 이상하다 다른때라면 비밀번호 6자리 누르는데 0.5초도 필요치 않았는데 눌렀다 - 오류비상벨 눌렀다 - 오류 비상벨을 계속해 댄다 서둘러 일어나 현관 앞으로 ㅇ ㅇ 이니? 아~~ 예ㅖㅖ ~~ 혀가 꼬부라져 있다 고꾸라질 듯 들어오기 무섭게 화장실로 직행 무섭게 쏟아대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옷이고 구두고 엉망이다. 죽은 듯 자다 또 화장실행-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 깨웠다 강제로-- 도저히 출근 못하겠단다 회사에서 이렇게 갑자기 없어도 업무에 지장이 없는 하찮은 존재냐고 마구 몰아쳤다 어쩔수 없이 출근 준비하고 나가려다 또 화장실로 ---- 한참 만에 나오더니 도저히 못가겠단다 오늘 특별히 처리할 업무도 없고 월차를 쓰겠다나? 도로 누워 자는걸보고 나갔다 하루종일 마음쓰여 같이 술병을 앓은 기분이다. 저녁때 들어와 보니 그대로 앓는 중이다 마눌님과 옆에서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고있으니 이놈 일어나 앉으며 다 나았으니 걱정 하지 말라한다 밥 달래서 억지로 웃으며 몇 숟가락 뜨는 시늉 -- 자초지종을 물으니 어찌 어찌 지가 주인공이 된 직원 회식이 있었는데 그 팀의 전통이라나 통과 의례라나 냉면 대접에 폭탄주를 마셔야 했단다 원샷으로 원래는 그런 통과 의례 없애기로 하고 몇 순배돌다가 얼큰 하게 올라오니 장난기들이 발동해서 --
여기서 딱 42년전으로 시계를 돌려본다 계절로 치면 아마 이맘때쯤일것 같다 옛날 회관 부엌 아궁이 앞 ㅇ ㅇ ㅇ 선배와 둘이 당시 25도짜리 4홉 두병을 놓고 호기를 부렸다 이른바 냉면대접 스텐제품 냉면대접에 소주를 따르니 딱 4홉 한병이 들어가드만 - 둘이 짠 ! 하고 꿀꺽 꿀꺽 멸치 한마리로 입 가심하고 불앞에 앉아 도란도란 -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자꾸 바닥을 친다 눈앞이 가물가물 얼른 나와 집으로 도망치듯 달렸다 발길이 마음대로 가지질 않고 그야말로 之 자 걸음 논에서 당시 따발총 할아버지 께서 두엄을 펴시다 일갈 하시는 소리를 듣고 ㅇ ㅇ ㅇ 선배가 뭐라 말대답 했다가 동네가 떠날듯한 목소리로 혼나고 --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누군가 흔드는 기척에 놀라 깨어보니 우리 엄니가 한없는 원망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계셨다 날은 이미 어둑 해지고 나는 집뒤 산소옆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은 굿판의 무당 손에 잡힌 대 떨듯 떨리고 여기 저기 굳어오는 느낌이다 엄니 손에 이끌려 방에 누웠다 물을 데워다 마시게 하고 온몸을 주무르시며 하시는 말씀이 "니 아부지 젊어 한때 술 마시고 한디(추운데)서 자고 댕기다 저렇게 못쓸병(해소)걸려 핑생 고생허구 사는게 내 핑생 한인디 왜 너까지 속씩여 !" 당시는 깊이 와 닫지 않았다, 엄니의 타는 마음이 - 지금 생각하면 송곳으로 가슴을 찌르는 통증이 느껴진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켤때이다 술맛 댕기는 계절이기도 하고 그래도 냉면 대접은 냉면 담아 먹어야지 술은 ------
--술은 술잔에 냉면은 냉면 대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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