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임진각

초의거사 2013. 8. 5. 12:30

 

 

 

  장마가 막 끝날 무렵 8월 첫 일요일

  전국의 피서지는 온통 사람들로 뒤덥혀있다는 뉴스가 아침부터 이어진다.

  무지 덥다.

  원경 촬영으로 비쳐지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컬러를 입힌 개미때? 같다.

  이런 혼잡함을 싫어 하는 성격에 나의 피서 휴가는 해마다 8월 중순이후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울이 빈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일요일 오후

  혼잡함을 피해 집에서 빈둥 거릴지라도 답답함은 어쩔 수 없다.

  역시 빈둥 거리는 아들을 꼬여 점심 식사겸 드리이브를 신청했다.

  쾌히 응락 하는 아들을 따라 근무지였던 파주로 향했다.

  서울 근교 중 그 곳만이 자기가 잘 알고 잘하는 음식점들이 있다나

  어쨌거나 따라가 점심을 먹고 시간을 보낼겸 임진각에 들렀다.

  개인적으로 임진각은 몇 차례 가봤는데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하는 날 임진각에서

  뉴스를 같이 보며 가슴 설레였던 기억 이 후론 가본 적이 없었다.

  

  옛날 ,13년전의 임진각이 아니었다

  평화 누리 공원이란 이름의 끝없는 공원이 있었고

  여기 저기 대규모 공연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고

  DMZ 관광 이란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관광 코스가 있었고 ---

 

  나는 임진각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멈춰버린 녹스른 기차가 있는 곳

  철조망에 한많은 - 단장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고향에 대한 애절한 사연들이 적혀 있는 리본들이 있는 걸려있는 곳이다.

 

  역시 가 봤다.

  13년의 아픈 역사?가 마음을 심난하게 한다.

  그땐 "평안도 ㅇㅇ면 ㅇㅇ리 그립다 내고향"

  "어머니 꿈에라도 보고 싶습니다"

  "돌아가셨다면 죽기 전에 부모님 산소에 성묘라도 할수 있었으면---"

  "걸어가도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곳 내고향. 정말 그립습니다"

  등등의 사연이 빼곡했었는데

  지금은??

  "남북 평화통일 기원"

  "2013년 우리가족 건강을 빕니다"

  "ㅇㅇ 이 이곳에 다녀 갑니다"

  "國泰民安"

  "북에 계신 이모님 통일의 그날 까지 건강히 계세요"

  중국 관광객들의 낙서?

  

  다시 한번 느낀다

  세월은 인생사를 절대로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을 -

  13년전의 그 애끓는 사연을 남기던 많은 실향민들은

  평생의 한을 안고 세상을 뜨셨거나 임진각에 올수 없을 정도로 연로 하실것이라 짐작된다.

  이제 그분들의 한서린 염원이 담긴 리본을 달던 그 곳이

  일반 관광객들의 소원을 적어 다는 곳으로 세월이 바꾸어 놓았다.

 

  고향

  누군가 한테는 어떤 희생을 치루고라도 생전에 한번만 이라도 가보는 것이 소원인 곳이고

  누군가 한테는 너무 쉽고,그래서 애틋함을 고마움을 모르는 곳이고

  세상의 모든 인생사란 결국 불평등이 조화를 이루며 이어지는 것 같다

  누군 잘살고, 누군 못살고, 누군 따뜻하고, 누군 춥고 -

 

  철조망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남인수의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물이 막혀 못오시나요 ----

  노래를 들으며 그늘 막에 앉아 등줄기에 흐르는 땀을 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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