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각 금요일 오후 3시 -
아직도 내 몸속에 흐르는 피의 알콜 농도는 아마 0,005% 쯤 될 것 같습니다.
운전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 입니다.
어제 오후 -
이심 전심으로 죽이 맞아 오랫 만에 양용이 친구와 단둘이 어울렸지요.
만나면 삼년전이나 일년 전이나 오늘이나 화제는 늘 옛 고향 이야기입니다.
아!
어제 화제의 시작은 좀 다른 주제였습니다.
손주들 이야기 --
나도 나름 손주라면 사족을 못쓰는 팔불출 족에 속하는 지라 열을 올리며 자랑?을 해댔습니다.
서로 휴대폰에 저장된 손주들 사진 , 동영상을 바꾸어 보며 신이 났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인지 하지 못했지만 이 게임?은 처음 부터 이세돌과 알파고의 게임 처럼
공정한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손녀 하나 양용이는 손자 넷,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손자 넷의 이야깃 거리나 사진이나 동영상이나 그 방대한 자료에
나의 딱 하나 밖에 없는 손녀 이야기는 초라할 수 밖에 없었지요.
우겨봐도 억지를 부려 봐도 패는 기울었습니다.
일단 후퇴 -
애써 화제를 바꿉니다.
처음 이 친구, 치아가 어떻고 감기 기운이 어떻고 한병씩만 즐기자고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맘먹은 대로 이루어 질리 없지요.
어렸을 적 부터 만나면 말술을 사양 하지 않았던 사이이니 대략 짐작은 갈 겁니다.
어느새 우리 둘의 마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또 옛 고향으로 달려 갑니다.
수십년을 해온 그이야기들
두엄 내고, 논갈고, 못자리 하고, 모내기 하고, 김 메고, 추수하고, 가부시키 나이롱 뽕 치고,
청솔가지 쳐 나르고, 소 풀 뜯기고, 깔베고, ----
향수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술잔에 술을 채워 나갔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문앞을 나서면 보이는 잔뜩 알배오른 벼 논 위로 휘감도는 물안개가 그립다고 했습니다.
여름 비오는 날 하릴 없이 마루에 업드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를 헤아리던 평화로움이 그립다고 했습니다.
고향에 작은 거처를 만들어 놓고 그리움이 사무칠때 며칠씩 이라도 지내고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혼자 보다는 몇몇이 어울려 마당에 장작불 피워 놓고 삼겹살 구워 소주잔 기울이며
고향 밤 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시간을 갖는 다면 참 좋을 거라고도 말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현실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는데 결국은 경제적인 여유가 문제이지요.
또 경재적인 문제가 해결 된다 해도 고향의 어른들이 그런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하는 걱정도 않 할수 없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한 자리에서 오후 5시 반 부터 10시 10분까지
한번 한 이야기 반복한 기억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말없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술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뭔 얘기를 그리 오래 앉아서 했는지 -----
정리해서 원고로 만든 다면 국회의원들이 했던 필리버스터와 시간을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어쨌거나 그 후유증이 오늘 하루 내내 나를 괴롭힐 것 같습니다.
저녁에는 내가 그리도 목메어 보고싶어 하는 그 손녀가 온다 했는데 --
나는 그놈을 보면 꼭 껴 안고 볼에 얼굴을 비비는데 "할아버지 술 냄새 나" 하고 밀어낼까 걱정이랍니다.
그날을 고대해 봅니다.
마당에 피워진 장작불에
삼겹살 구워 소주잔 기울이며
고향 밤 하늘의 별을 헤이는 그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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