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69

추 석

추석 당일 오후 2시반 다른 가정의 지금 이 시각 모습은 어떨까? 일찍 와서 같이 차례 지내고 있던 아들은 손주 데리고 처가에 간다고 떠났고 시가에 간 딸은 언제 올지 아직 소식이 없고 집안이 고요 합니다 같은 고요 라도 시끄러움 뒤의 고요 함은 설명 할 수 없는 공허함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땐 어렸을적 고향에서의 추석 풍경이 새록 새록 마음을 흔듭니다 지금 시간 쯤이면 여기 저기 성묘도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입니다 동네에서 제일 큰 마당에 어울려서 새옷 새신을 뽐내며 구슬치기, 자치기, 술래잡기, 여자들은 고무줄놀이 등 하루해가 짧았습니다 조금 커 청년시기엔 이집 저집 동동주 투어를 하지요 각자 다른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던 친구들이 모여 모처럼 주름 바지에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너나 없이 필터 담..

일상 이야기 2021.09.21

그땐 몰랐습니다

고작해야 100년을 못사는 인간들의 눈에는 그져 구경거리, 아름다운 자연유산 정도로 쉽게 지나가는 주상절리 -- 억겹의 세월동안 날마다 얼굴을 달리 하는 모진 풍파를 견디며 그 자리에 있음은 사랑도 미움도 성냄도 기쁨도 다 부질 없다, 며 말로만 청산유수고 삶은 탐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무언가 교훈을 주고자 그자리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겹의 세월은 커녕 고작 1년 하고 6개월 코로나 한테 삶이 점령 당한 듯 무기력에 빠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하면서도 스스로 완벽한 사람 처럼 자랑하며 당장 내일 탄로날 거짓말도, 허풍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는 인간들 땜에 희망 고문을 당하며 지내는 시간들은 그 짧은 1년 하고 6개월이 억겹의 세월처럼 느껴집니다 코로나..

일상 이야기 2021.08.11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국

이런 시국은 들어 보지도 겪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제 애주가들 사이에서 불문율로 자리 매김 했던 해질녘의 이른바 "술시"의 개념이 역사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낮술은 별로 즐겨 하지않고 살아 왔습니다 벌건 대낮에 대도시 한복판에서 취한 기분은 뭐 별로 즐겁지 않았으니까요 더군다나 요새같이 더운 날에는 더욱더 유원지 물가나 비오는 날이면 얘기가 좀 달라도 -- 그런데 이네 나도 자의 반 타의 반 낮술 대열에 합류 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취한 기분으로 한 낮 대도시 길바닥에 내 던져질때는 엄청 더 뜨겁고 이맛살이 찌그러 들지만 순전히 혼술을 감당할 요량이 아니면 그 대열에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찾게 됩니다 뭘 하며 삼복더위 긴긴 하루를 보내야 할지 하루해가 뜨면 걱정이 태산입니..

일상 이야기 2021.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