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교대에서 서화 대대로 자대 배치 한달도 않되어
자대 생활이 뭔지 가늠도 하기전에
전방 GOP에 투입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내려온 그 곳에서의 집단 생활은
또 다른 군 생활이었습니다
우선 아침 기상 시간에 울려 대는 기상 나팔소리는
신병 교육대를 떠올리게 했고
연병장을 울리는 구령 소리, 아침 구보, 공동 세면장,
대대 취사장으로 이어지는 식깡? 행렬
집단 배식, 식기 세척 행렬
모든게 집단 공동 생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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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없었습니다.
담장 너머의 시냇물 그곳은 많은 추억이 서린 곳입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제일 먼저 그곳이 생각나 가보려 했으나
폐허로 변한 그곳의 담장은 옛날 처럼 열려 있지 않고
그나마 키를 넘을 것 같은 가시덤풀로 인해 접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냇물은 꽁꽁 얼어 있었고
매일 하루 세번 식기를 들고가 그 얼음을 깨고
빼치가에서 덥힌 따뜻한 물 섞어서
부드러운 마른 풀을 쑤세미 삼아 설걷이를 했었습니다.
우지?(소내장) 국이 나오는 날은 참 괴로웠지요.
왕건이는 이미 주인?을 찾아 떠나버린 그 국물은
허연 기름덩어리만 둥둥 떠다니고 ---
졸병들 설걷이만 힘들게 하였습니다.
세탁 비누를 고운 모래와 섞어 닦으면 그런대로 잘 닦였던 생각이 납니다.
그 곳은 또 스케이트 장 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중대본부 병기계 조수가(이종성) 스케이트를 잘 탔었는데
대대 스케이트 대회에 우리 1중대 대표로 출전 하기도 했지요.
연습할때 시간을 내어 우리 한테도 스케이트 타는 법을 가르키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배웠습니다.
비척거리며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
그리고는 전역 후 지금까지 한번도 스케이트 탈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나는 서무계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지며
그곳 생활도 몸에 익을 무렵
청천 벽력 같은 -- 일순 무아지경으로 빠뜨리는 엄청난 사건을 경험 하게 됩니다.
이른바 8,18 도끼 만행 사건
1976년 8월 18일 오후
갑자기 무시무시한 비상령이 발동 됩니다.
엄청난 사이렌 소리와 함께 하달된 명령은
"전군은 지금 즉시 완전 군장으로 전투 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라"
"모든 파견 병력은 원대 복귀하라"
당시 중대 본부 편제엔 서무계란 직책이 없었습니다.
전령으로 보직을 받고 서무계로 근무 하는 형태 였습니다.
나보다 먼저 중대 본부에 입성한 1기 후배가
중대장 비서격(딱가리)으로와 전령으로 보직을 받은 터라
나는 원래소속인 화기 소대로 복귀 합니다.
대대장의 지시로 중대 병력중 일부를 차출하여
산으로 올라 무차별적으로 풀이며 나무며 벌채하여 내려오고
일부는 위장 끈(노끈)으로 막사를 엮어 휘감습니다
산에서 벌채해 온 나무, 풀을 위장 끈에 엮어 건물 전체를 덮었습니다.
모든 병력은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 까지
완전 군장 상태로 침상 끝에 정렬하여 걸터 앉아 있으라는 명령이 하달됩니다.
전령이 서무계 업무를 볼 수 없으니
나는 완전 군장 상태로 대대로 뛰고 중대로 뛰고 정신 없이 뛰어 다녔습니다.
데프콘 3가 발령 됩니다.
다음날
대대에서 노란 편지 봉투가 중대 병력 수 만큼 전달됩니다.
편지지도 함께 --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 간단히 쓰랍니다.
손톱이나 발톱 머리카락도 채취하여 편지와 함께 봉투에 담아 오랍니다.
소대 기지게 들을 집합시키고
내용을 전달하고 배부케 합니다.
촌각을 다투는 시간인데
그게 잘 빨리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우는 병사도 생기고---
대대에서의 성화는 빗발치고 ---
할 수 없이 각 소대로 뛰어 다녔습니다.
당시 육사 출신 3소대장이 나를 불러 세웁니다.
"야! 서무계 너 이 새끼! 아무리 준 전시 상태의 군인이지만 생각이라는게 있는데
인정머리 없이 그렇게 몰아치지마 이 새끼야!"
머슥 해졌습니다.
내가 재촉 하는 것도 아닌데 ---
하루가 지나도록 우리는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 했는지, 어디서 잘못 된건지 오로지 침묵만 이어집니다.
그렇게 군화도 벗지 못하고 대기 상태로
이틀이 지나고 사흘짼가?
갑자기 비상상태가 데프콘 2로 격상 됩니다.
이젠 정말 전쟁이구나! 우리 모두는 대화는 없었지만
이미 눈빛으로 서로를 확인하며 각오를 다지고 있었습니다.
출동만 남아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잡념이 일시에 사라집니다.
머릿속이 하야진다는 말을 실감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쟁터에서의 행동 요령을 생각해 봅니다.
적과의 교전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전방에 투입되어 있는 부대가 첫날을 버티면
우리가 그 곳으로 진격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
지난 1년 동안 생활해 온 그 곳 GOP 지역들의 지형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어느곳 에서 교전이 벌어질지 주제 넘은 짐작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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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일? 5일?째 되던 날 갑자기 비상이 종료 됩니다.
모든 병력이 단독 군장으로 연병장에 집합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우리는 판문점에서 있었던 사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는
긴장의 시간에서 벗어 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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