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스크랩] 종묘공원 박카스 아줌마

초의거사 2013. 3. 21. 12:00

2월 마지막 토요일

고향 친목회 월례 모임이 종묘공원 맞은편에서 있어

모처럼 시간을 내 서울 구경을 하기로 맘먹고

일찌감치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새로조성된 광화문 광장을 처음와 보는 터라

세종대왕 동상 아래 옛 광화문 지하도에 설치된 

세종이야기 및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 있는

해치 광장 등을 둘러보고

인사동으로 향했다 

인사동의 풍경은 이미 우리 전통 거리가 아니었다

국적 불명의 온통 잡동사니들이 거리에 넘쳐 흘렀고

젊은이들의 테이트 장소로 시끌시끌

어디에서도 우리의 전통 거리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입구에 인사동 상인회에서

대보름 전통 민속행사를 하고있어

삭막한 분위기를 완화 시켜 주고 있었다

 

 

많은 시간 걷고 걸어

다리가 아파올 즈음의 행사장이라

반가운 마음에 행사에 끼어 들어

윷도 몇번 던져보고

공짜로 제공되는 막걸리도 마시고

인절미 떡메도 몇번 쳐보고

인절미도 얻어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일찍 나온 탓인가

그래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시 길을 잡아 종로 3가 쪽으로 걷다가

탑골공원에 들러

팔각정 아래 앉아

3.1 독립선언서들 낭독하던

선열들을 추념해 본다 

 

 

저녁 7시에 정해진 시간이 아직 멀었다

더 올라가 종묘 공원에 들렀다

작년 같지 않다

도로가에로 휀스가 쳐저 무시로 접근 할수가 없다

아래쪽 귀퉁이와 위쪽 귀퉁이에 작은 출입구가 있을 뿐이다

무분별한 개방으로

노인들의 성병의 온상으로 지적되고나서

취해진 조치란다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의 영업? 때문이다

 

 

아래쪽 귀퉁이로 들어가본 공원은

한산하기 짝이 없다

작년 같으면 노인들로 온통 공원이 덮혀 있을텐데

입구 쪽으로 몇몇 노인들이 한가로히 쉬고 있었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조용한 곳을 잡아

벤치에 앉아 오늘 촬영한 사진들을 되돌려 보며

시간을 보내고있는데

인기척을 내면서 아줌마 한사람이 다가온다

"아저씨 음료수 한병 하실래요"

나는 그때 아무런 선입감없이 마음이 풀어진상태였다.

"예? 음료수요? 뭐 있어요"

다짜고짜로 옆에 앉으며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박카스도 있고, 인삼드링크도 있고---"

그때야 나는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 말로만 듣던 박카스 아줌마?--

--심심한데 농담따먹기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왠 노인이 일갈하신다

"젊은 사람이 왜 여기와서 이런 사람들 하고 말을 섞고있어

사진 찍을려면 길건너 좋은 전시회가 있으니 거기나 가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죄지은 사람처럼 엉거주춤 있는데

"이 늙은 영감쟁이가 왜 남의 영업을 방해 하고 지랄이야

할 지랄 없으면 너나 가서 구경 실컷 해"

짜증이 만발한 소프라노 소리가 귓청을 울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 아줌마의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대여섯명의 아줌마들이 몰려와

그 노인을 가운데 놓고 삿대질을 해가며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마구 해댄다

그 영감님 감당하지 못하고 도로쪽으로 바삐 나가는데

뒤 쫒으며 마구 욕을 해댄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눈총도 아랑곳 없다

나는 얼른 자리를 피해 위쪽 귀퉁이 출입구로 빠져나왔다

 

길을 건너니 영감님 말대로

청계상가 헐린 곳 녹지대에

6,25 전쟁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

하늘은 잔뜩 흐리고 간간히 빗방울도 떨어진다

서둘러 모임 장소로 들어가

아직 남은 시간을 홀로 소주잔을 기울이며

방금전의 일을 생각하니

황당하여 홀로 쓴 웃음이 난다

나는 그 아줌마들이

연세가 많은 할버니들 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언뜻보기에

40대 후반? 50대 초반? 쯤으로 보였다

 

 

얼마전 TV 에 모자이크 처리된 화면으로 나와

"집에 애들은 청소하러 다니는 줄안다

여기에 나오면 그 보다 편고 돈도 더 많이 벌린다"

어느 박카스 아줌마가 생각난다

마음이 어째 껄쩍지근 하다

 

 첨부파일 각설이.mp3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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