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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이나 제사 같은 것은 아예 소용없는 일,
요즘은 중 들이 세상 사람들보다 한 술 더 떠 거창한 장례를 치르고 있는데,
그토록 번거롭고 부질없는 검은 의식이 만약 내 이름으로 행해진다면
나를 위로하기는커녕 몹시 화나게 할 것이다.
평소의 식탁처럼 나는 간단 명료한 것을 따르고자 한다.
내게 무덤이라도 있게 된다면
그 차가운 빗돌 대신 어느 여름날 아침에 좋아하게 된
양귀비꽃이나 모란을 심어 달라고 하겠지만,
무덤도 없을 테니 그런 수고는 끼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의 기능이 나가버린 육신은 보기 흉하고 이웃에게 짐이 될 것이므로
조금도 지체할 것 없이 없애주었으면 고맙겠다.
그것은 내가 벗어버린 헌옷이니까,
물론 옮기기 편리하고 이웃에게 방해되지 않을 곳이라면
아무데서나 다비茶毘(화장)해도 무방하다.
사리 같은 걸 남겨 이웃을 귀찮게 하는 일을 나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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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무소유를 실천 하시다 가신 법정 스님의 생전 유서 중
일부 입니다.
스님의 뜻에 따라 거창한 영결식도 다비식도 그 흔한 꽃 한송이 없이
옮기기 편리하고 이웃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서
간결하고 가장 숭고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물론 사리도 따로 모시지 않았습니다.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다는 말씀도 남기셨지요
삶과 죽음이 따로 있지 않으니 무슨 의식이 필요할까요
그냥 살다 육신의 옷을 벗었을 뿐
평생 입다 벗어버린 헌 옷일 뿐
빨리 태워 버리는 것이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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