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스크랩] 친구따라 강남

초의거사 2013. 3. 22. 12:05

무언가 내 뱃속에서 꾸물꾸물 휘젓고 다닌다

무지 불쾌하고 아프고 -기계음이 들리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린다

나는 여지없이 노숙자 웅크림의 자세로 의료용 침대에 꾸부리고 옆으로 누워있고 --

아 ! 나는 지금 대장 내시경 검사 중이다.

어라 그런데 분명 수면 내시경인데 --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온다.

"깨셨어요? 많이 불편하시죠? 그래도 그대로 조금만 참으세요"

"아이구 죽겠네! 이거 수면 내시경 아닌가요? 분명 수면 내시경 검사 신청 했는데요"

"용종이 너무 많고 커서 시간이 많이 걸려서 그래요 지금 45분 지났어요"

"그래요 -------- (아픔보다 걱정이 앞선다)"

검사는 계속되고 미상의 개스주입 - 대장 휘젓기 - 개스 배출 - 또 ----- 반복

말할수 없는 고통과 불편을 참으며 약 20여분

무언가 시원스레 쑥 빠지는 느낌과 동시에

"이제 끝났어요. 많이 불편 하셨지요" (그걸 말이라고? 물어보나 마나지 ----)

간호사의 상냥한 목소리와 동시에 섬세한 손길이 내 항문과 거시기 사이를 오가며 깨끗이 닦아낸다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회복실로 가는데 나는 이미 다깨어 부축이 필요 없었다

회복실에 누워 장내에 가득한 개스를 방귀를 통해 빼내고 한참 뒤

밖으로 나와 보니 같이 왔던 친구는 이미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기다린다.

설명을 듣는다. 용종이 총 7개 발견 되고 큰것은 2cm 가 넘는 것도 있었단다

사진을 보여 주는데 참담했다. 설마 저정도 일줄이야 짐작도 못했다

반면 친구의 그속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선홍색의 너무나 깨끗한 ----

 

 

 

 

 

이게 내 속이다. 마지막 사진은 시술한 자리 지혈을 위해 집게로 봉합한 모습이란다

지금도 내 뱃속에 있을터이고 --- 나중에 아물면 저절로 떨어져 배변과 함께 나온단다

 

같이 왔던 친구는 귀가 조치 - 

나는 용종을 떼어낸 상처가 크기에 하룻밤 입원해 지혈 치료및 항상제 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봐야 한단다

입원실이 정해지고 손목에 금식 이라는 팔찌를 차고 평생 처음으로 내 이름이 적힌 명패가 붙어있는

입원실 침대에 환자복으로 갈아 입고 앉았다

거기까지 따라와 간호?를 하던 친구는 세세하게 여러가지 챙겨주고 귀가했고 --

친구 따라 강남? 왔는데 친구는 가고 나만 홀로 남았다

주위에는 온통 연로하신 대장암 환자들이고 - 천둥 치는듯한 코골이 소리---

이런저런 생각,- 걱정,- 병원에 웬 모기까지 ---

나는 그날 까만 밤 하얗게 지샛다

아침에 나와 햇빛을 받으니 현깃증이 난다. 그도 그럴것이 하루 반나절을 쏟고 굶고 불면 했으니 --

일주일 가량은 심한 운동 금지, 자극성 음식 피하기를 주의 받고 일주일 후 조직검사 결과 보러 오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병원에서 풀려?났다.

 

우리 가족들의 암 가족력을 잘 알고있는 친구가 몇년전 부터 나에게 대장 내시경 검사 받기를 권했었다

나는 당장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었고 알아 보니 절차가 보통이 아니어서 대답만 하고 차일피일

미루어왔었다.

그러나 이 친구 잊지 않고 거의 만날 때 마다 - 권하는 정도를 넘어 종용을 해댔다.

나는 역시 시큰둥 - 앞에서만 " 해봐야지"  대답 하고 집에 오면 또 그냥 잊고 살고 --

2010년 들어 이제는 잔소리? 처럼 들릴 정도로 자꾸자꾸 해댔었다.

결국 올 여름이 다갈 무렵 자기도 할테니 같이 해보자는 것이다. (친구는 이미 경험이 있는 상태) 

더이상은 이 친구의 진정한 성의를 태만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결국 병원을 같이 예약하고 장 세척약 타오고 친구는 친구 집에서 - 나는 내 집에서

장소는 다르지만 밤새 화장실 같이 들락 거리고 - 새벽에 또 화장실 ------

얼굴이 수척해져서 병원에서 만나 

혈압 체크하고 기타 간단한 문진 받고 갱의실에 나란히 들어가

항문 뚫린 고쟁이 갈아입고 나란히 검사실로 들어 갔었다

 

결과는 위에서 언급 한대로 ---

나는 친구에게 오래오래 잊지 못할 신세를 졌다

이 친구의 극성?이 없었다면 그리고 그대로 방치하고 그냥 지냈다면

몇년 - 아니 십년 후 나에게 -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과 고난을 주었을지도 모를 일을

미리 예방한 천만 다행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으니까

 

정말 고마운 친구 !!!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께도! **

 

첨부파일 10.mp3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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