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스크랩] 삼 겹 살

초의거사 2013. 3. 22. 12:21

 

일요일 저녁

한주일 내내 두 내외가 재미없이

그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숟가락질만 하던 식탁에

애들과 같이 모여 조금은 시끄러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메뉴는 삼겹살로 하기로 약정(?)하고

애들과 마눌님이 시장에 나간다

 올때 이슬이도 꼭 몇병 데리고 오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배가 슬슬 곱아오는 오후 늦은시간

삼겹살에 이슬이 한잔을 생각하며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이럴때 기다리는 시간은 일각이 여삼추다

기다림이 약간 짜증으로 바뀔즈음

문앞의 소란스러움이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로 바뀐다

그런데 어라 ~~

삼겹살에 상추 이슬이 등등 봉지가 여럿일거라는 나의 기대와 달리

봉지가 딱 하나 달랑거린다

사연인 즉 삼겹살값이 너무 올라 몇집을 다니다

삼계탕으로 메뉴를 바꾸었단다

 

그동안 너무 쉽게 너무 당연하게 너무 만만하게

여겨 왔던 삼겹살이 여러 요인으로 이제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으로 몸값을 부풀린 모양이다

우리동네 재래시장은 일반 서민들이 즐겨찾고

여러 생필품들이 다양하고 싸게 공급되기로 유명한 시장이다

조금 질이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아주 저급한 상품이 유통되는 것은 아닌 --

그래서 멀리에서 까지 주부님들이 소문을 듣고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시장에서 우리 마눌님이

나도 아닌 애들이 주문한 삼겹살을 포기하게 할만큼

그 값이 충격을 준 모양이다

삼겹살 몇근이 당장 가계에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겠지만

마눌님의 체감 삼겹살 값은 당장은 피하고 싶은 것이었나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 값에 단련이 되면

그 값으로라도 또 삼겹살을 사다 먹을것란걸 나는 안다

 

옛날 무청 넣고 끓여 먹던 멀건 돼지국이 생각 난다

명절날이나 무슨 특별한 날 아니면 생각지도 못했던 돼지고기 -

그런 귀한 돼지고기를 적은 량으로 여러명이 나누어 먹어야 하니

무청이나 채소를 넣고 국을 끓여 손님 이나 일꾼들을 대접했다

그때 회자되던 풍자어가 있었다

"돼지가 장화신고 지나간 국" 이다

채소와 국물과 돼지고기의 비율이 기대에 못미칠때

웃으며 하던 말이다

그 귀한 돼지고기를 덩어리(?)채 구워 상추에 싸서

배불리 먹던 모습을 서울에 와서 보고

처음에는 마음으로 적응이 안되던 때도 있었다

 

구제역 파동이 아니더라도 언제부턴가

음식점 메뉴판에 등장하는 삼겹살의 가격이

만만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서 수입고기를 파는 음식점으로

술자리를 옮겨 다녀 보기도 했었고----

이제 한 동안 우리 돼지고기를

쉽게 만만 하게 가까이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제미럴

돼지값이 오르니 그동안 즐겨 찾던

순대국에 머릿고기 값도 같이 들썩거리고

맨입에 이슬이를 즐겨할 수도 없고--

 

아무튼

그날 저녁은 삼계탕을 안주삼아 집에 담가놓은 인삼주를 홀짝 홀짝

애들 앞에 앉혀놓고

지난날들의 어려웠던 얘기를 레파토리 삼아

전혀 공감하는 것 같지 않은 애들이야 듣거나 말거나

그래도 가끔 맞장구 쳐주는 마눌님의 추임새에 힘입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주절주절 --

 

어제 내린 함박눈이 연이은 한파로

온통 얼어붙어 길이 엉망이다

언제나 이 지겨운 겨울이 끝나려나

옛날 고향에서의 함박눈은

토끼몰이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는

반가운 존재였는데

 

첨부파일 진또배기.mp3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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