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밖의 풍경이 몹시 시끄럽습니다.
금방이라도 어디서 먼가 날아들어 유리창 이라도 깰 이셉니다.
태풍이 몰고온 비바람이 대 낮을 초저녁으로 만들고
들강아지 처럼 나도는 것을 좋아하는 내 발길을 방콕으로 만듭니다.
지루해진 마음 한구석에 갑자기
옛날 고향 에서의 태풍 모습은 어떤 모양 이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나 어릴때 고향에는 미루나무가 참 많았었지요
강풍이 불때면 미루나무들이 일제히 좌우로 흔들며 큰소리로 울어 댔습니다
미루나무를 보면 바람부는 방향까지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길고 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바람부는 대로 마구 쏠렸거든요
그때 나는 마루에 엎드려 바람에 흔들리는 미루나무 그리기를 즐겨 했었어요
연필 한자루만 가지고도 아주 쉽게 표현이 되었어요
큰 내깔 뚝에 길게 연이어 심어진 미루나무를 원근법에 따라 쭉 그려놓으면 그럴 듯 했습니다.
태풍이 지나가면 다른 애들보다 부지런히 뛰었지요
얼기미 둘러 메고 큰 내깔로 붕어 잡으러 ----
큰 물이 나면 그도 저도 다 팽게치고 시뻘건 흙탕물에 몸을 던져
물과 함께 떠내려 가다 맞은편에 상륙(?) 하는 모험을 즐기기도 하였구요
작은 물이 나면 붕어 쫒는라 해가는 줄 몰랐어요
새물 따라 열심히 올라오는 붕어를 얼기미로 덮어씌우고
모래채 끌고 육지에 올라 얼기미를 뿌리면 은빛 붕어가 팔딱 팔딱
운 좋으면 한번에 서너마리씩 올라오기도 했지요
지금의 고향이야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기 어렵게 되었어요
지금은 너무도 흔한 -- 사진이라도 한장 남았더라면
출처 : 왕솔나무
글쓴이 : 초막거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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