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있을때 잘해

초의거사 2016. 5. 19. 10:06

고향 떠나 이곳에 정착 한지 어언 40여년 

제 2의 고향 이란 수식어를 달고 뿌리를 내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에 모임이란 것도 몇개 생기고 --

그중 1987년 올림픽을 1년 앞두고 기초질서 캠페인에 앞장 서던

"선진 질서" 라는 파출소 모임에 참여 하게 됩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7년여의 활동을 끝으로 해체 하게 되었지요.

해체 되면서 부부 동반으로 모이는 일 친목회로 전환하여

지금껏 유지되어 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모임에서 이런 저런 많은 얘기 중

평소 부부간 티격태격 잘하는

막내 격인 사람이 얼큰해진 목소리로

---------------

옆에 있는 부인을 가리키며

"아! 형님들 요새는 이사람 코고는 소리에 땜에 미치 겠어요"

"젊었을때는 새근새근 잠자는 소리도 이쁘더니--"

"잠을 못자겠어요"

부인이 바로 받아 칩니다

"으이구 자기는 벌써 십년이 넘게 코 골았으면서

내가 코를 골면 얼마나 곤다고 난리를 쳐요"

----------------

그 사람

여기 저기 참석한 여러 부인들로 부터 집증 포화를 당했지요.

요지는 똑같습니다.

<남자들 벌써 30대 후반 부터 코를 골기 시작 한다.>

< 술 먹고 들어온 날은 아예 벼개 들고 거실로 피난을 나온다>

<휴지로 귀를 막아도 보고 이불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막 코골다 숨을 딱 멈추고 숨을 않쉬어 흔들면

한참있다 컥 하고 내쉬어 사람을 놀래키기도 한다>

-----------------------등 등 등

 

그때 였습니다.

" 이 사람아 건강하게 코 잘골고 잠 잘자는 마누라 옆에 있을때

행복 한 줄 알아!"

삼년전 대장암으로 상처를 한 형님의 일갈입니다.

"나도 그랬네. 언젠가 부터 그 사람 코고는 소리가 영 귀에 거슬려

구박도 해보고 핀잔도 줘 보고 했다네"

" 여기 아주머님들 말 처럼 정 듣기 싫으면 벼개 들고 나와

거실 소파에서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지"

"아침에 소파에서 잔 내모습을 보고 괜히 미안해 하는 그사람 이었지만

그 때는 배려를  못하고 핀잔만 주었다네"

그 형님의 한 서린 말은 그 뒤로도 한참 이어 졌습니다.

대장암 수술 받고 항암 치료 받으며 잠못자고 괴로워 하다

진통제의 도움으로 잠이 들면 들리는 코고는 소리

전에는 그렇게 듣기 싫던 그 소리가

천상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처럼 들리더랍니다.

코고는 소리가 잦아들면 그렇게 불안 할 수가 없었더랩니다.

눈뜨면 대신 해 줄 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 할 생각에 --

24시간 들어도 좋을 것 같은 코고는 소리 였답니다.

"지금은 그 코고는 소리가 그립다네"

 

모두들 숙연해 졌습니다.

아주머니들은 눈물을 훔치고 ---

이십년 넘게 같이 모여 추억을 쌓은 사이였지요. 그 아주머님과 --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여기저기 인터넷에 참 좋은 말들이 넘쳐 남니다.

"있을때 잘해"

"어버이 살아 생전에 --"

사람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옆에 있는 지금 현실이

영원 할 거라 무의식 중에 믿고 싶어 합니다.

스스로 그런 명분을 만들어 놓고 이런 저런 핑게를 이 갑니다.

그래야 거짖일 망정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인간 사회에서

태고 이래로 쭉~~~~~~~~~~~~~~~~~~

이어져온 현상인데 ---

앞으로도 쭉~~~~~~~~~~~~~~~~~~~

그 사람이 옆에서 없어지면

그때 가서 가슴 쥐어 짜

그렇게들 살아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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