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당일 오후 2시반
다른 가정의 지금 이 시각 모습은 어떨까?
일찍 와서 같이 차례 지내고 있던 아들은 손주 데리고 처가에 간다고 떠났고
시가에 간 딸은 언제 올지 아직 소식이 없고 집안이 고요 합니다
같은 고요 라도 시끄러움 뒤의 고요 함은 설명 할 수 없는 공허함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땐 어렸을적 고향에서의 추석 풍경이 새록 새록 마음을 흔듭니다
지금 시간 쯤이면 여기 저기 성묘도 끝나고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입니다
동네에서 제일 큰 마당에 어울려서 새옷 새신을 뽐내며 구슬치기, 자치기, 술래잡기,
여자들은 고무줄놀이 등 하루해가 짧았습니다
조금 커 청년시기엔 이집 저집 동동주 투어를 하지요
각자 다른 곳에서 객지 생활을 하던 친구들이 모여 모처럼 주름 바지에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너나 없이 필터 담배를 피우며 객지생활의 무용담, 옛 고향에서의 고생담으로
밤이 새는 줄 몰랐습니다 동동주 항아리 바닥 끍는 소리가 날때 까지 -----
그때 고향의 어머님들은 아들 딸 친구들이 그렇게 몰려와 수선을 떨어도
귀찮은 내색 없이 하나 같이 반겨 주시고 즐거워 하셨습니다
어쩌다 당신 집에 안가면 왜 우리 집엔 안 오느냐고 서운해 하셨습니다
지금의 정서와는 너무나 대조 되는 따듯함이 온 동네에 만연해 있었습니다
그때와 비교 하면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족한 지금은
고향도 객지도 어느 한곳에서도 그런 따뜻한 마음은 찾아볼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인류 역사상 항상 따뜻한 인심은 물질에 반비례합니다
물질이 풍요로워 지면 마음은 차가워 집니다
지킬게 생기면 사람들은 사람을 의심하고 사람을 경계 합니다
지킬게 없으면 사람들은 사람을 믿고 서로돕고 사람을 경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부가 쌓이면 그 부가 허물어 질까봐 더 튼튼 하게 보강을 합니다
문제는 그 보강의 욕심에 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급하게 너무 많이 보강 하려다 잘못 하여 흔적도 없이 허물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합니다
요새 코로나19 정국속에서 국민상생지원금을 정부에서 지급합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소득 88% 이내 사람들만 해당이 된다고 해서
89%에 해당 하는 사람들이 불만이 많습니다
지인 한 사람이 그 돈받아 추석 쇨려고 했는데 안되었다고 열을 냅니다
내가 그랬습니다. 농담 섞어
"아니 소득 상위 12%에 들었으면 600만명 중 한사람이고
당신 보다 못 사는 사람이 이땅에 4,400만명이 있다는얘기인데
감사하고 겸손해야 되겠다"고
그런데 그 사람은 경제적인 레벨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니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아 왔겠지요
자기 보다 못 사는 사람들이 이땅에 4,400만명이라니 ----
어떤 가난한 시인(천상병)이
------------ 중략 ----------
저승가는데도 여비가 든다면
아 나는 영영 가지도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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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갈때도 돈은 필요 한가 봅니다
사람이 태어나 죽을때 까지 삶에 소요 되는 비용을 인생길 여비라 생각 하면
그냥 순수한 여비만 있으면 될텐데
이놈의 세상이 여비외의 지출을 종용하고 강요하고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무시하고 치욕을 주고 짓밟고
그러자니 지출을 감당 하려 죽을 둥 살 둥 죄의식 접어두고
돈 벌어 쌓아 두는 나만의 곶간을 지으려 합니다
외부의 그 누구도 형제도 친구도 심지어는 부모 마져도 곶간의 접근을 불허 합니다
그래서 곶간이 굳건해지고 커 질수록 마음은 차가워 지고 외부의 접근을 꺼리면서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 갑니다
저승갈때 여비 넉넉히 가져 가려고 -----
추석 날 오후 두서없는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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