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이(외손녀)

다은이와 한아름 어린이집

초의거사 2016. 2. 21. 15:46

며칠 전부터 다은이입에서 졸업식 노래가 흥얼 거려 졌습니다.

급기야 오늘 아침엔 졸업 하는 형님들께 드리는 송사를 외우고 있습니다.

???--------- 형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 ??

"할아버지 내일이 몇년이야?"

"응 2016년 이지"

--- 2016년 2월 ??? ---

"할아버지 내일이 무슨 일이야?--"

"응 2월 20일 --"

---2016년 2월 20일 토, 재학생? 대표 ??? ??? ---

대수롭지 않게 들어 전체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외워 달라는 내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 하고

다은이가 어린이 집엘 갔습니다.

 

생각해 보니 다은이가 한아름 어린이 집에 다닐 날도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간들이 잠시 전의 꿈결 같습니다.

처음 품에서 떼어 어린이 집엘 보내고 마음 졸이던 때는 그날을 상상도 못했었는데 --

성격상 낯선 환경에 쉽게 적응 하지 못하고 걷돌기만 하던 다은이 였지요.

남자 선생님이 운영  하던 체육시간엔 다은이는 없었습니다.

항상 멀찌감치 떨어져 홀로 낯선시간들을 견디곤 했습니다.

마음이 무척 아팠지요

여선생님이 운영하던 발레 시간에도 뒷전에서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다은이가 결국은 선생님들의 보살핌으로 차차 새 세상에 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서워 하던 체육 선생님 손도 잡고

친구들과도 함께 어울리며 점차 적응 해나가기 시작 했지요.

그렇게 일년을 한아름 어린이 집에서 보낸 다은이가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순전히 팔불출 적인 나의 시각에서----)

 

 

 

 

재롱 잔치에서의 충격이라 할만큼 큰 감동은 평생 느껴본 그 어떤 감동 보다 컸습니다.

그렇게 다은이는 우리 양 가족의 기쁨이 되어 밝고 예쁘게 자랐습니다.

이제는 어디에서든지 주도적으로 앞장 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발표 하는 모습도 자연 스럽고 율동도 몸에 밴 것 처럼 자연 스러워 졌습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불청객 감기 때문에 고생 하여 마음을 아프게도 했지만

아파 하면서도 헬쓱해진 모습으로 어린이 집엘 가려 하는 적극성을 보이며

아기가 아닌 어린이로 성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내가 모르는 유행어를 구사해 가끔씩 나를 놀래키기도 하고

구 시대를 살아온 내가 대답 하기 곤란한 질문도 거침없이 해댑니다.

컸지요 많이 컸습니다. 몸도 마음도 ---

 

 

 

 

 

올 재롱잔치에선 선생님들로 부터 아이돌 가수 될거라는 칭찬을 받으며 기량을 뽐냈습니다.

 

나에게 경험 하기 전의 어린이집은 그냥 가끔씩 메스컴을 타고 전해지는 부정적인 이미지 --

그리고 나와는 상관 없는 나의 일상에는 없는 그런 존재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과거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산업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현대라는 거대 기업을 일군 정주영 회장의 어록 중

"해 봤어? 않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라는 대목을 인용 하여

"어린이 집 경험 해 봤어? 않해 봤으면 함부로 말하지마"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즈음 세상을 시끄럽게 달구는 뉴스가 있습니다.

지가 지 몸으로 난 새끼를 무참히 죽이는 ----

가슴이 먹먹 해지고 숨이 가빠집니다.

지새끼 하나 건사 하기 힘들다고 난리인 현 세태에서 누가 감히 어린이 집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요.

복잡 다난한 세상에서 조그만 변수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 보이지 않을 만큼 조그만 변수를 전체 어린이 집의 모습으로 인식 할까 걱정입니다.

어린이집이 얼마나 필요하고 고마운 곳인 줄 모르까봐 걱정입니다.

지금 나의 감정적 입장에서 보면 세상의 많은 교육자 중 제일 존경 받아야 할 교육자는

어린집 선생님들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 (부모들, 조부모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내일을 위해 공부 합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직장 생활 합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집안일 합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커피솝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떱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찜질방에서 땀을 흘립니다.

어린이 집에 애 맏겨 놓고 마음 편히 문화센터에 가서 취미 생활 합니다.

세상에서 누구가 있어 이런 편의를 봐 주겠습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상에서 들도 없는 우리 다은를

이렇게 예쁜 어린이로 성장 시켜 주신 선생님들께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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